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사정 한파가 지방 공무원과 석유방(石油幇)에 이어 철도방(鐵道幇), 사법기관, 군부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호랑이'와 '파리'를 한꺼번에 때려잡겠다고 밝힌 그는 최근 '반부패 5개년 계획'까지 내놨다. 새로운 권력을 다지기 위한 그의 칼끝이 결국 누구로 향할지 주목된다.
신화통신은 4일 왕쑤이(王素毅) 전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상무위원과 리다츄(李達球) 전 광시(廣西) 장(壯)족 자치구 정협 부주석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 집권 후 낙마한 장관급 관료는 10명을 넘어서게 됐다.
베이징(北京)시 검찰원은 최근 장수광(張曙光) 전 철도부 운수국장 겸 부총공정사를 뇌물 수수 혐의로 정식 기소, 베이징시 제2중급인민법원이 심리에 들어갔다고 신경보(新京報)가 이날 보도했다. 장 전 운수국장은 2000~2011년 고속철도 건설 대약진 사업 당시 4,755만위안(약 8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그는 또 가족들을 해외로 이민 보낸 뒤 수조원의 예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6,460만 위안(약 115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이미 사형유예 판결을 받은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의 '오른팔'이었다.
대만 연합보는 장 부장에 대한 기소를 계기로 류 전 부장을 중심으로 한 '철도방'(고속철도 건설 과정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철도부 인맥)에 대한 처벌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도부는 한때 공무원 수가 200만명이나 되고 자체 경찰과 법원까지 갖춰 '국가 안의 국가'로 불렸으나, 관련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올해 초 3개 공사로 분리된 상태다.
중국 최대 국영 기업 중 하나이자 거대 이익 집단인 석유방은 이미 낙마자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의 왕융춘(王永春) 부총재를 비롯 고위 임원 4명이 줄줄이 조사받은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CNPC 이사장 출신의 장제민(蔣潔敏)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이 체포됐다. 이에 따라 석유방 좌장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중론이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그 동안 사법처리를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저우 전 서기가 10여년간 중국의 공안과 검찰, 법원 등을 총괄해 왔다는 점에서 사법 기관도 사정 한파를 피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이날 저우 전 서기의 측근인 차오젠밍(曹建明)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과 리둥성(李東生) 공안부 부부장 조사설을 제기했다.
다음 타깃으로 군부가 지목되고 있다.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들은 구쥔산(谷俊山) 전 총후근부(總後勤部) 부부장(중장)에 대한 재판이 이르면 이달 중 시작될 것이라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연루 가능성을 보도했다. 시 주석은 구 전 부부장의 집에서 고급 술 마오타이(茅台) 1만여 병과 거액의 현금이 압수된 사실을 보고받고 "전쟁 준비에 이런 것들도 필요하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쉬 전 부주석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측근이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편 전방위 사정이 가속화하면서 갑자기 사라지는 기업인도 늘고 있다.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는 4일 전선제조업체 밍싱(明星)전람의 리광위안(李廣元) 회장 등 3~5명의 유명 기업인이 최근 자취를 감춘 상태라고 전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조사 당시 그의 돈줄로 알려진 쉬밍(徐明) 다롄스더(大連實德)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보시라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타날 때까지 무려 17개월 동안이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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