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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진 무심코 썼다… 영세 가게 옥죄는 소송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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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진 무심코 썼다… 영세 가게 옥죄는 소송 압박

입력
2013.09.0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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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라도 썼으면 억울하지나 않겠습니다. 갑자기 1,800만원을 내 놓으라니요." 수원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A(38)씨는 지난 7월 K로펌에서 보낸 내용증명을 받았다. '퍼블리시티권 침해 중단 및 부당이용료 청구'란 제목의 문서였다. A씨가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2009년부터 '가수 XXX의 단발스타일' 등 설명을 달아 올려놓은 연예인 사진은 무단 사용된 것이니 사진 60장 사용료 1,800만원을 지불하라는 내용이었다. 당황한 A씨가 "손님들의 머리스타일에 참고하기 위해 올린 것일 뿐 퍼블리시티권이 뭔지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소송까지 가면 서로 힘드니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자"는 말만 돌아왔다. 소송이란 말에 덜컥 겁이 나 며칠을 사정한 끝에 A씨는 결국 800만원을 지불한다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서울 노원구에서 개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B(30)씨 역시 지난 6월 한 로펌에서 '1년 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배우 이모씨의 사진 2장의 사용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서류를 받았다. 서류가 도착한 날부터 매일같이 연예기획사 대행업체라는 곳에서 합의 요구 전화를 받은 B씨는 며칠 간의 실랑이 끝에 현금 80만원을 줬다. B씨는 "중간에 사진을 내리라는 경고라도 한 번 받았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겠다"며 "합의 안 하면 바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통에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퍼블리시티권 소송이 활발해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퍼블리시티권'으로 검색하면 법무법인의 강압에 돈을 내고 합의했다는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퍼블리시티권 분쟁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행업체까지 등장했다. 법무법인이 나서서 법적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보다는 소송을 앞세워 합의를 종용하는 일이 흔하다. 미용실 쇼핑몰 안경점 등의 점주들은 번거로운 법적 대응을 피하려고 합의금을 내놓곤 한다.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들이 얼굴과 이름을 함부로 도용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법에 명문 규정은 없어서 오히려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다. 법원조차 최근 소송에서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인기 걸 그룹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와 배우 수애, 걸 그룹 원더걸스가 자신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블로그에 올린 병원장을 상대로 낸 퍼블리시티권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는 가수 백지영과 배우 이영애 등이 제기한 비슷한 취지의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어느 정도부터 위법한 것인지 판단이 어려운 일반인에게 소송을 들먹이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 손쉬운 돈벌이가 되는 셈이다. 한 법조인은 "합의를 하면 소송을 내 승소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어 대행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빠른 시간 안에 명확한 판례를 만들어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례만 형성되면 법을 모르는 서민들을 괴롭히는 유사 소송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란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 등을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권리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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