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잠실 LG-SK전에서 1-1로 맞선 LG의 9회말 마지막 공격. SK가 자랑하는 ‘필승맨’ 박정배를 상대로 4번 정성훈과 5번 박용택이 연속 안타를 터뜨려 무사 1ㆍ2루의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다. 타석에 선 6번 이병규(7번)는 박정배의 초구를 공략했고, 투수 옆으로 스친 타구는 그대로 끝내기 중전 적시타로 연결됐다. LG 선수들과 올 시즌 최소 경기 100만 관중을 돌파한 LG 팬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병규의 끝내기 안타는 시즌 31번째, 통산 858번째, 개인 두 번째다.
김기태 감독의 뚝심이 LG를 15일 만의 선두로 이끌었다. 2-1로 승리한 LG는 KIA에 이틀 연속 덜미를 잡힌 삼성을 1경기 차로 제치고 지난달 20일 이후 15일 만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LG가 9월 중간 순위표 맨 위에 오른 건 1995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LG는 9월19일까지 1위를 질주하다가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전날 뼈아팠던 주루사와 견제사를 복기하며 “감독 실수였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야구는 결과만 가지고 잘잘못을 논할 수 없는 법. 전날 9회말 마무리 봉중근 대신 이동현을 기용한 것이 결국 패착이 됐지만 김 감독은 이날도 이동현을 승부처에 투입했다. 이동현은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3이닝을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전날 실패를 깨끗이 만회했다. 견제사를 당했던 이대형은 오히려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1-1로 맞선 9회말 선두타자 정성훈이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박용택의 희생번트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박용택은 SK 내야진이 전진해 오는 것을 보고 방망이를 휘둘러 1루수 키를 넘기는 우전안타를 만들어 냈다. 무사 1ㆍ2루. 이번엔 진짜 희생번트 공식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6번 이병규 역시 번트 자세를 취하는 척 하더니 초구를 휘둘러 짜릿한 끝내기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김 감독의 뚝심과 허를 찌른 용병술이 만든 1승이었다. 김 감독은 “팬과 선수 여러분들에게 1위 등극을 축하한다. 오늘 페이스를 유지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잠실구장엔 1만4,885명의 관중이 입장해 LG는 올 시즌 누적 관중 100만9,885명을 기록했다. 홈 51경기 만에 이룬 성과로 앞서 100만 관중을 돌파한 두산(56경기)에 이어 두 번째이자 최소 경기 100만 돌파다.
KIA는 대구에서 삼성의 추격을 7-5로 뿌리치고 최근 삼성전 3연승으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대전에서는 두산이 한화를 7-5로 꺾고 5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2위 삼성과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9회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정재훈은 시즌 13세이브를 올렸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롯데를 5-2로 누르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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