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파(주사파)의 실체가 벗겨졌다. 그동안 대략적 윤곽으로만 우려하던 주사파가 어느 정도 위험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옷을 벗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끄는 RO(혁명조직)의 내란음모 혐의를 적발하고 이중 3명의 간부를 구속했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3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들 RO 조직은 북한의 전쟁위협이 최고조로 달한 5월12일 서울의 한 종교시설에 비밀리 모여 이 의원의 강연을 듣고 분임조를 나누어 남북한의 전쟁발발 시 북에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를 논의했다. 이것은 국가내란음모죄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언론에 입수된 62쪽 분량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이 의원은 강연을 통해 "북한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다. 그런데 남한은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다. 60여년간 형성했던 현 정세(남한정부)를 무너뜨려야 한다. 유사시 파출소와 무장저장소를 습격해 총기로 무장해야 한다. 방송, 공공시설 장악, 통신, 유류시설 무력화하자"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도 "6kg 미만 최소 경량화해서 핵무기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전세계에 3~4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 이룬 게 엄청난 거"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의원은 "전면전 아닌 국지전, 정규전 아닌 비정규전 이런 상태가 앞으로 전개될 것"이라면서 "정치·군사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서슴치 않는 반역의 문구들이다.
지금부터 67년전 해방직후 이듬해인 1946년 박헌영은 서울에 남조선노동당을 세우고 극렬히 공산주의 운동을 벌이다가 미군정의 지명수배를 받고 북한으로 도주한다. 박헌영은 북에서 남조선노동당 당수의 자격으로 북한 내각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맡게 된다. 박헌영은 김일성에게 북한이 남한을 무력공격하면 50만 명의 남조선노동당원들이 들고 일어나 일시에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에 솔깃한 김일성은 스탈린과 모택동을 간곡하게 설득해 50년 6ㆍ25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박헌영의 말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전쟁에서 고배를 마신 김일성은 그에게 50만 당원 전시태세 허위사실 유포와 정권전복을 위한 구테타 음모를 뒤집어 씌워 53년 숙청했으며, 2년 뒤 처형했다.
박헌영은 최선을 다해 공산주의 활동을 벌였지만 김일성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김일성 일가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 바로 이런 숙청과 처형이다. 주체사상 역시 원래는 '자주'를 나타내는 좋은 뜻이었으나 지금은 김씨 왕조와 인민을 주종관계로 묶는 통치수단의 일환으로 변환된 지 오래다.
그 주체사상을 신봉하면서 남한의 민족해방(NL)혁명을 바라는 이 의원은 제2의 박헌영의 모습을 닮아 가고 있다,
이 의원은 97년 '반제청년동맹'으로 시작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대표자가 당을 해체선언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주사파의 조직을 확장시키고 이로 인해 99년 민혁당 간첩사건으로 체포, 실형을 살았다. 이 의원은 노무현정권으로부터 사면, 복권돼 활동을 재개했다.
이 의원은 다시 주사파를 규합, 민주노동당을 장악하고 이어 2011년 창당된 통합진보당의 불법 당내경선을 통해 19대 비례대표까지 당선, 국회입성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는 5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으로 오판하고 미리 북에 도움을 줄 요량으로 사전 전략회의를 했다가 국정원에 덜미가 잡혔다. 통진당은 이것이 국정원의 프락치 공작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의 모임은 반역적인 내용으로 충격 그 자체다.
이 의원의 끊임없는 북에 대한 열애가 박헌영처럼 비참한 결과로 끝날 수 있다. 2,400만 북한 동포들의 안녕과 굶주림에는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는 오로지 기득권 세력의 체제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북한 수령체제가 이 의원의 효용가치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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