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파 속 금융권의 하반기 공개채용이 본격 시작됐다. 수익 악화 탓에 시중은행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30%정도 줄였다. 채용 인원이 적은 만큼 경쟁사에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금융회사들의 '두뇌싸움'도 더욱 치열해졌다. 은행들은 독서토론 등 이색전형 방법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금융공기업들은 아예 필기시험을 같은 날로 몰아 잡아 수험생들의 복수지원을 원천 봉쇄해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하나 신한 농협 외환 기업 등 7개 은행의 하반기 공채 규모는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상반기에 뽑은 1,700명을 합치면 올해 공채 규모는 2,700명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작년보다 1,000명이나 감소한 수치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채용을 시작한 국민은행은 서류전형에서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투자자산운용사 등 '금융3종 자격증 세트' 보유 여부 확인 항목을 삭제했다. 과잉 스펙의 주범으로 꼽히는 해외연수와 인턴경력 항목도 없앴다. 대신 인문학적 소양ㆍ통섭 역량 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도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문 서적을 주제로 토론 면접을 했는데 인재 선별에 큰 도움이 돼 올해도 토론 면접의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12일 은행권 최초로 '4분 자기PR'(당신을 보여주세요!) 대회를 연다. 채용 홈페이지에 신청한 지원자 중 300명을 뽑아 끼를 발산할 기회를 주고 주제의 참신성과 적합성 등 기준을 충족한 우수자에겐 서류전형 때 우대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측은 "서류심사에서 놓칠 수 있는 인재를 잡기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공채를 시작한 우리은행은 자기소개서 양식에 우리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통장을 만들고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뒤 그 소감을 작성하는 항목을 넣었다. 우리은행에 대한 관심도를 보려는 의도였지만 외부에선 "지원자를 상대로 장사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서 "지원자에게 통장을 만들고 돈 거래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시정조치를 내리자 우리은행은 관련 항목을 삭제했다.
그런가 하면 평균 연봉 1억원ㆍ정년 보장 등 혜택 덕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들은 지원자 필기시험일을 일제히 다음달 19일로 잡았다. 능력 있는 지원자들의 중복지원을 막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은이 시험일을 정하면 대개 다른 기관들이 따라 잡는 식인데, 날짜를 달리하면 여러 곳에 붙은 인재들 때문에 결원이 생기는 곳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선택의 자유가 침해 당한다는 것.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의 임민옥 팀장은 "금융공기업들로서는 좋은 인재를 뺏기고 싶지 않겠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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