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물갈이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순순히 사퇴하지 않으면 당사자나 해당 조직 비리 의혹을 공표하는 등 이전보다 훨씬 신속하고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어, 해당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추석 이전에 거취를 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일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용역 입찰 과정에서 지인의 회사가 선정되도록 부당 압력을 행사했다"며 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다. 금융계에서는 권익위 발표가 장 사장이 3년 임기(11월17일)를 두 달 남긴 상황임에도, 조기 퇴진을 종용하기 위한 압력으로 여기고 있다. 이와 관련 캠코는 권익위의 발표를 전면 부인하며 반발했다. 캠코 관계자는 "국민위 발표사항 수용할 수 없고, 따라서 장 사장 거취를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MB정부 대통령실장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사표를 냈으며, 2일에는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사표를 제출했다. 행정고시 20회 출신인 장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정운천 장관이 낙마한 자리를 이어 받아 2008년 8월부터 2년간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MB맨이다. 마사회에는 2011년 11월 부임, 내년 11월까지 1년2개월 임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마사회 관계자는 "장 회장은 '물갈이 대상이 아니냐'는 외부 시선에도 불구, 최근까지도 업무 의욕이 넘쳤다"며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해당 기관 주변에서는 정부의 달라진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사퇴 제의를 거부하면, 곧바로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속전속결'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캠코 장 사장의 경우 내부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 제기에도 불구, 퇴진을 거부하자 권익위가 직접 나선 것이다. 마사회 장 회장은 친정인 농식품부가 최근 마사회 치부를 드러낸 감사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이후 거취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식세계화 사업을 주도한 농식품부 산하 A기업이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부실 판정을 받자 해당 기관장의 교체 가능성이 흘러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 기관장은 MB정부의 차관 출신 인사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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