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3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유출 사태와 관련, 국비 470억엔(5,200억원)을 투입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19일 오염수 저장탱크에서 300톤가량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간 사실이 드러난 지 2주일 만에 내놓은 것이지만, 당장 유출중인 오염수를 막기보다는 장기대책들로만 채워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원자력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원전 주변에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동토차수벽(凍土遮水壁) 건설에 320억엔을 지원하고, 완공 시기도 2015년에서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오염수에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정화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증설에는 210억엔을 투입한다. 정부는 우선 2013년도 예비비에서 210억엔을 마련한다. 일본은 오염수 처리 대책을 위한 관계 각료회의를 상설화하고 현지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한편, 원자로 폐쇄 작업 및 오염수 관련 계획에 문제가 없는지도 점검키로 했다.
일본은 이제껏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와 관련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2011년 3월11일 당시 도호쿠 대지진과 함께 쓰나미가 덮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내 원자로건물 3곳이 폭발했고, 원자로내 연료봉의 노심이 녹아 내리면서 막대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다. 일본은 지난해 원자로내 연료봉이 모두 냉온정지상태에 돌입했고, 사고도 사실상 수습됐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오염수라는 새로운 골치거리가 떠올랐다. 후쿠시마 제1원전 내에는 체르노빌 원전의 6배가 넘는 사용후 핵연료가 남아있는데, 핵연료의 방사선 물질 방출을 제어하기 위해 매일 1,000톤 가량의 냉각수를 쏟아 붓고 있다. 냉각수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매일 400~500톤 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34만톤이 저장탱크에 보관돼있다. 이와는 별개로 인근 산에서 흘러 드는 지하수가 원전을 거치면서 오염수로 변한 뒤 매일 300톤 가량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 원전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부실 시공된 저장탱크에 오염수를 대거 보관, 오염수 유출사태를 키웠다.
지난 달 19일 H4구역에 보관중인 저장탱크에서 오염수 300톤이 새어 나와 바다로 흘러 들었고, H3구역에서는 일반인이 4시간 가량 노출되면 사망에 이르는 시간당 1,800밀리시버트(mSv)의 고방사선량이 검출되기도 했다. 1일에는 탱크의 이음새 배관에서도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H6구역에서는 탱크 바닥에서도 시간당 100mSv의 방사선량이 확인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지하수가 원전 건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짓겠다고 발표한 동토벽은 냉각 전기비 등 막대한 유지비가 드는데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공법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오염수가 유출된 부실 저장탱크를 용접처리가 제대로 된 탱크로 교체하겠다는 계획과 원전건물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퍼내는 방안은 도쿄전력이 이전에도 수 차례 발표했던 내용의 재탕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뒤늦은 오염수 대책안을 내놓은 것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에 끼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졸속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도통신은 "중요한 것은 도쿄가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을 지가 아니라 지금도 누출되고 있는 오염수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긴급 대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