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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오염수 대책 논란] "비상식적 발상" 국내 전문가들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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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오염수 대책 논란] "비상식적 발상" 국내 전문가들 회의적

입력
2013.09.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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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방사성물질 농도를 낮춰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발표에 대해 국내 과학자들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 "눈 가리고 아웅", "비상식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반감기(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가 정해져 있는 방사성물질을 인위적으로 완전히 제거하기란 현재 과학기술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이 60여 종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데 쓰겠다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쉽게 말해 펌프를 돌려 물에 섞여 있는 방사성물질을 여과기(필터)로 걸러내는 기기다. 걸러지는 것일 뿐 여과기엔 방사성물질이 그대로 남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오염된 필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또 다른 문제"라며 "수십만 톤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를 여과하다 보면 펌프가 멈춰버릴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ALPS는 트리튬(삼중수소)을 걸러내지 못한다. 경수로와 달리 보통 물보다 무거운 중수를 쓰는 후쿠시마 원전 같은 중수로에선 방사성물질인 트리튬이 만들어진다. 서 교수는 "물에서 트리튬를 분리해내는 방법은 전기분해뿐인데, 실험실 수준의 소량에서나 가능하다"며 "오염수 수십만 톤을 모두 전기분해 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대신 일본은 자연에 존재하는 트리튬 농도 정도로 오염수를 희석시켜 방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트리튬은 자연에 극미량 밖에 없는 인공 방사성물질이다. 김무환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물을 얼마나 더 넣어야 자연 상태 정도로 희석될지, 그게 자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과학적으로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저농도 오염수 해양 방출은 어느 원전에서나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통상적인 원전 액체 폐기물은 한 곳에 모아 방사성물질의 반감기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농도가 기준치 이하임을 확인한 뒤 내보낸다"고 설명했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위적 방법으로 방사성물질 농도를 낮춰 한꺼번에 방류하는 것과 자연적으로 방사성물질이 사라진 뒤 단계적으로 내보내는 건 엄연히 다르다.

가장 큰 우려는 방출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보전연구부 정경태 책임연구원은 "오야시오 해류가 일본 연안을 따라 끌고 내려온 오염수는 쿠로시오 해류에 합류돼 태평양으로 흘러가게 된다"며 "그 물이 우리 바다로 오는 데는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직접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전 방사성물질 중 요오드와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각각 7~8일과 12~13년으로 비교적 짧은 데 비해 세슘(30~31년)이나 플루토늄(88~2만4,100년)은 워낙 길어 바닷물에 섞여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뒤에도 남아있을 수 있다. 해양과기원 심해저자원연구부 김웅서 책임연구원은 "농도를 낮춰도 방출지 근처 해양생물은 방사성물질에 노출될 테고, 먹이사슬을 거치는 동안 여러 생물의 몸에 점점 쌓이면 생태계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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