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2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국민의례를 충실히 따라 한 것을 두고 이 의원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의 내란음모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취재진의 시선은 온통 이 의원에게 쏠렸다. 그가 지난해 6월 15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제출한 이 의원 체포동의 요구서에는 "이 의원 등은 RO 조직원들이 포함된 조직원 400여명과 함께 지난해 3월과 6월, 8월에 혁명동지가와 적기가, 동지애의 노래 등을 불렀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면서 애국가는 부정한 채 RO 조직원들과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 혁명가요를 불렀다는 점 때문에 그가 애국가를 따라 부를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식순에 따라 진행된 애국가 제창에 동참했다.
그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해 7월 2일 열린 19대 국회 개원식에서 그는 국기에 대한 경례 의례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비웠었다. 하지만 이날은 자신에게 집중된 이목을 의식한 듯 머쓱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곧바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었다.
이 의원의 양복 깃에선 최근 통진당 배지가 사라졌다. 이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지금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단 적은 없지만, 지난해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도 그의 깃에는 거의 매번 통진당 로고가 새겨진 배지가 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번 내란음모 의혹이 불거진 뒤엔 배지를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내란음모 의혹으로 수세에 몰리자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통진당 배지까지 뗀 건 자신들의 세력이 흥하면 기고만장하다가도 어려워지면 재빨리 협조하는 전형적인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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