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채권단이 STX그룹 오너인 강덕수(사진) 회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했다. 새 대표까지 선임키로 해 사실상 강제퇴진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강 회장측은 "월권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 사퇴를 거부하고 나섰다. 채권단과 기업간 전례 없는 힘겨루기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3일 "STX조선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문성과 추진력을 보유한 외부전문가를 신임 대표이사로 추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강 회장에게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미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STX조선의 새 대표로 내정했으며, 주총선임을 위한 이사회 결의도 요청해놓은 상태다.
산은은 지난 4월 자율협약 당시 강 회장이 제출한 확약서를 경질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당시 강 회장은 '지금까지의 경영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향후 경영진 재편 등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채권단의 결정사항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도 않겠다'는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는 것. 따라서 강 회장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채권단의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것이다.
STX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룹 관계자는 "자율협약은 법정관리도 아니고 워크아웃도 아니다.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말 그대로 채권단과 회사가 함께하는 회생절차인 만큼 경영권은 당연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제출한 확약서에 대해서도 "원래 협약체결 때 관례적으로 내는 서류라는 것을 채권단도 모를 리 없다"면서 "이런 불평등한 확약서를 갖고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이 퇴진을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TX는 강 회장 퇴진요구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나 팬택 등 앞서 채권단 관리를 받았던 기업에선 경영안정과 지속성을 위해 기존 경영진을 유지시켰는데, 유독 강 회장에게만 퇴진을 압박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후임에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고위임원을 내정한 것도 탐탁치 않은 대목이다.
채권단은 STX의 반발에도 불구, 대표이사 교체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9일 이사회와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새 경영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STX는 채권단의 요구가 STX조선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은 STX중공업에서 대표이사, STX엔진에서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는데, 채권단은 금명간 두 회사에 대해서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경영진교체를 추진할 예정이어서 또 한번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양측의 갈등이 처음부터 잠복된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회사는 살리되 그룹은 해체하고 강 회장도 사실상 영구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반면, 강 회장 측은 어떻게든 주력 계열사들만큼은 계속 갖고 있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앙금은 계속 쌓여왔고, 결국 채권단이 강 회장 퇴진 카드를 뽑게 됐다는 후문이다.
한 소식통은 "강 회장측이 채권단 요구에 처음부터 순순히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강 회장측은 채권단이 자기이익만 챙긴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채권단은 강 회장이 부실책임은커녕 경영권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는 최근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5만DWT급 MR탱커 1척을 수주했다는 낭보를 날려왔다. STX조선의 신조 상선 수주는 지난 7월 말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처음이다. STX조선해양이 새로 건조하게 되는 5만DWT급 MR탱커의 가격은 척당 약 400억 원(3400만~3500만 달러)으로 손익분기점(BEP)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STX조선해양은 신규 수주 건 외에도 중국 내 계열사인 STX다롄조선이 수주했던 5만DWT급 탱커 1척을 진해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변경 계약도 최근 체결했다.이날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는 최근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5만DWT급 MR탱커 1척을 수주했다는 낭보를 날려왔다. STX조선의 신조 상선 수주는 지난 7월 말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처음이다. STX조선해양이 새로 건조하게 되는 5만DWT급 MR탱커의 가격은 척당 약 400억 원(3400만~3500만 달러)으로 손익분기점(BEP)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STX조선해양은 신규 수주 건 외에도 중국 내 계열사인 STX다롄조선이 수주했던 5만DWT급 탱커 1척을 진해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변경 계약도 최근 체결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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