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언론 문화 여성 법조 학계 등 사회 각계 원로들이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집권 세력의 은폐 기도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만에 각계 원로들이 뜻을 모아 정치 현실을 우려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문학평론가 백낙청, 함세웅 신부, 최영도 변호사, 장임원 중앙대 명예교수,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등 사회 각계 원로 82명은 3일 서울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통의 정치 ▦재구성 수준의 국정원 개혁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등 공약의 흔들림 없는 실천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관련, "정보기관의 공작적 정치개입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국민 앞에서의 정직성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과 무관한 일인 듯 방관할 것이 아니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의 보도 내용대로라면 관련 인사들은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을 한참 벗어났다"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수사발표 시기와 혐의 사실의 언론 유출 등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그간의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우려와 의구심을 가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낼 최후의 책임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며 위기에 빠진 한국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국민들이 힘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역임한 최영도 변호사는 "인생의 아름다운 마감을 준비해야 할 사람들이 나라 걱정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일 수밖에 없었던 오늘은 참으로 불행한 날"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지 않으면 1987년 6월 항쟁을 시작으로 다 죽어가던 민주주의를 살려낸 경험을 살려 우리 국민이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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