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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수렁에 빠진 증권업계 일본서 '서바이벌 전략'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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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수렁에 빠진 증권업계 일본서 '서바이벌 전략' 배운다

입력
2013.09.0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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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신흥시장보다 장기불황을 이겨내고 있는 일본에서 얻을 것이 많다."

일본에 버금가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일본 배우기'바람이 불고 있다.

IBK증권은 3일 일본 도쿄에 첫 해외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일본시장 개척에 나선다고 밝혔다. 62개 국내 증권사 중 순이익 기준 20위권인 IBK투자증권 조강래 사장은 2011년 취임 이후 줄곧 "중소형사의 생존전략은 대형사와 달라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주식워런트증권(ELW), FX마진거래 사업 등을 정리하는 대신 기업금융과 지점영업, 홀세일(기관영업) 등에 집중했다. IBK증권이 선택한 첫 번째 해외시장도 대형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나 홍콩, 동남아시아가 아닌 일본이다.

일본을 첫 해외진출국으로 택한 이유는 우선 일본 경제 회복에 따른 기회에 주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일본 증권업계야말로 '선택과 집중'의 살아 있는 교본이라는 것이다. 일본 증권사들은 1980, 90년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베이비붐 세대가 중장년층에 진입한 80년대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다 90년대 들어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부동산 거품 하락으로 장기 침체에 들어선다. 1999년에는 설상가상으로 매매수수료가 자율화되면서 제살 깎기 경쟁이 시작된다. 이 시기를 거치며 문을 닫은 증권사는 100여 곳에 달했다.

이는 현재의 우리나라 증권업계 상황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국내 증권시장은 2009년을 기점으로 거래대금 감소와 매매수수료 하락 등의 악재로 인해 유례 없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증권사들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등 생명 연장에 급급한 상황이다.

IBK증권이 일본에 주목하는 것은 이런 난관을 돌파하는 지혜를 얻으려는 것이다. 90년대를 거치며 살아남은 일본 증권사들은 2000년대 들어 자산관리형 모델로 정착한 대형사와 온라인 증권사, 도매영업 전문사 등으로 특화됐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62개 증권사가 모두 비슷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과당 경쟁하는 우리나라 증권업계의 현실에서 볼 때 장점을 살려 틈새 시장을 찾아내는 오랜 노하우를 갖춘 일본 증권사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IBK증권은 도쿄사무소에 소장을 포함한 국내 인력 2명과 현지 증권업계 출신의 일본인 1명을 상주시키며 일본 증권사의 선진금융기법을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일본에 주목하는 증권사는 IBK증권뿐이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DB대우증권 삼성증권이 이미 일본에 지점을 두고 있고, 대신ㆍ동양ㆍ한투ㆍ한화증권 등이 사무소를 두고 자산관리 등 특화된 전략을 국내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애널리스트ㆍ전략기획실 직원과 함께 일본의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등을 방문해 생존법을 배우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일본의 아이자와증권 임원을 초청해 '버블붕괴 이후 일본 증권사 경영환경'을 주제로 임직원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KDB대우증권은 일본식 장기 불황을 연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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