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찬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행임원제ㆍ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국내 우량 기업 경영권이 외국 투기 자본에 위협 받는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침해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회사법의 기본 이론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의 거센 반발 속에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재계 총수들을 만나 “그(개정안)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하여 추진할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하지만 야권 등을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최소한의 내부 견제도 받지 않으려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경제민주화 역행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중투표제는 회사 전체의 이익이 지배주주 이익보다 우선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장치”라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수주주들의 권익은 더 잘 보호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 대주주 전횡 방지 장치소수 주주의 권익 보호 위해 도입해야"
● 찬성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대주주 사익 추구로 회사 손실땐책임추궁 수단 강화로 견제 필요외국자본의 먹잇감 우려는 과장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그 핵심적 이유는 이번 상법개정안이 '지배주주의 권리'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본질적으로 주식회사 제도의 불완전성이 도사리고 있다. 주식회사 제도는 원칙적으로 1주 1표 원칙으로 의결권이 결정되고, 과반수의 의결권을 확보한 주주가 주식회사에 대한 절대적 영향력을 얻게 된다. 즉 회사에 대한 통제권은 마치 보유주식수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50%의 지분율을 초과하는 순간 100%의 통제권을 획득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다른 주주들은 의사결정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회사경영에 불만이 있는 소수주주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주식을 매각하고 떠나는 것뿐이다. 따라서 지배주주는 소수주주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을 정도의 이익 배당이라는 제약 조건하에서 회사의 이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 사례를 보면 이런 사익추구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라마다 다르다. 각 나라가 처한 제도적 유산이나, 기업 행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기존 상법의 논리체계를 가급적 준수하면서, 우리나라에 특유한 기업행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
쉬운 것부터 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기업활동에 대한 사전적 통제보다는 사후적 통제가 더 낫다고 말한다. 사후적 통제의 대표적 수단은 잘못에 대한 책임추궁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주주 또는 대주주가 선임한 이사의 사익추구에 의해 회사가 손해를 본 것에 대한 소수주주의 책임추궁 수단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수단이 바로 주주대표소송이다. 이번에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지배회사와 피지배회사로 연결된 기업구조하에서 소수주주의 책임추궁권을 보호하려는 다중대표소송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판단의 준거는 우리나라에 지배회사와 피지배회사로 연결된 기업구조가 규제가 필요할 정도로 만연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 따라서 도입이 마땅하다.
다음으로 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사전적 통제를 생각해 보자. 이 문제는 정답이 없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기존 상법의 취지와 규제의 현실적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우리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
먼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 부분부터 보자. 기존 상법은 오래 전부터 감사 선출시 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해 왔다. 감사위원의 경우에도 2009년에 상법이 잘못 개정되기 이전에는 다른 이사와 구분하여 선출하고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했다. 이번 개정은 기존 상법의 감사 선출의 취지와도 부합하고 2009년의 잘못된 개정을 바로잡는 것이므로 타당하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적어도 한 명의 이사를 선임하도록 실질적으로 허용하는 장치이다. 이는 의사결정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이사회 논의과정에서 정보가 공개되고, 회사 전체의 이익이 지배주주의 이익보다 우선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장치이다. 재계에서는 마치 이 제도를 허용하면 외국자본이 회사를 말아먹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으나, 이것은 과장이라고 여겨진다. 오히려 외국자본이 지배주주인 회사에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수주주들의 권익은 더 잘 보호될 수 있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도입하자는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주주총회는 거의 약속이나 한 듯이 3월 하순에 집중적으로 개최된다. 거의 모든 회사가 12월말 결산법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임장을 활용하기 어려운 소수주주는 동시에 여러 곳의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사실상 봉쇄되고 있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소수주주의 총회출석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것이다.
물론 꼭 이 제도를 도입하는 대신 주주총회 개최일을 분산시키는 방법도 있다. 혹은 선택적으로 결산일을 변경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전자투표제 도입 의무를 면제해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선택의 문제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외국엔 사례 없어기업지배구조 악화 등 부작용 우려도"
● 반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사법 기본이론에 맞지 않고투기자본에 이사회 휘둘릴 소지다중대표소송 도입도 근거 모호
평소 존경하는 필자의 동료 상법 학자 몇 분이 상법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개정안의 주요 목표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기업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 중에는 회사법의 기본 이론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더러 있다.
먼저 감사위원 분리선임안을 보자.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일반 이사들과는 분리하여 선출한다는 것인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148개 대규모 상장회사가 그 이사 중에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1명 이상 소액주주 등의 대표자로써 임명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이 3% 이내로 제한되는 것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사회에 소액주주들의 대표를 참여시키는 제도는 이론적으로는 소액주주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매우 이상적인 장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3% 이상의 의결권을 가져야 그 대표를 선임할 수 있는데, 소액주주가 대규모 상장회사의 주식 3% 이상을 소유하기는 어렵고 펀드나 연기금은 가능하다. 물론 펀드나 연기금도 대주주이지만, 지분을 3% 미만으로 잘게 나누면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는다. 7명의 이사 중 1명 정도 펀드의 대표가 참여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사위원은 본질적으로 이사이기 때문에 단순히 감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 참석하여 집행임원을 선임하는 등 회사의 주요 업무를 결정한다. 펀드는 본질상 단기수익에 집착하여 장기적 기업가치의 제고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펀드가 배당금, 주가차익 등 수 천 억 원을 챙기고 철수한 전례가 있고, 회사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하여 수 조 원을 출혈한 사례도 있다. 그들은 또한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제출, 자회사의 기업공개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회사의 장기적 가치보다도 그들을 이사로 선임해 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만약 펀드의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회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기업들은 영업기밀노출을 꺼려하여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할 공산이 크다. 오히려 기업의 지배구조가 악화될 것이다.
외국의 어떤 나라도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지 않으며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지도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임직원에게 월급을 주어야 하는 이율배반, 당신이 회사의 주인이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집행임원제도 의무적 도입도 논란이다. 집행임원은 필요하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기업이 스스로 임명할 것인데, 이 제도가 도입된 지 겨우 1년 만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사가 업무집행에서 배제되고 다른 이사와 집행임원을 감독만 하라고 한다면, 이사에 대한 기존의 우리의 관념과 정서에 크게 어긋나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다음은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이다. 모회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50% 이상을 소유한 회사이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중대표소송제도이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전혀 다른 법인격을 가지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 등을 임명한 적도 없음에도 자회사의 이사 등을 상대로 자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자회사의 주주는 가만히 있는데 모회사의 주주가 나서야만 한다는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자회사의 법인격이 무시될 정도에 이른 경우나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인정된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시책에 따라 형성된 지주회사가 다중대표소송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법개정은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최근 대통령의 말씀이나, 기업의 입장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옳은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본다. 법무부가 형식적인 공청회를 거친 후 바로 입법하는 과거의 태도에서 벗어난 것도 바람직한 모습이다. 합리적인 개선안을 기대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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