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석기 사태'를 계기로 보수 진영 일각에서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헌법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는 정당 해산 요건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석기 의원과 진보당 간부들의 내란음모 혐의가 사실이라면 국민의 혈세가 종북세력의 활동비로 줄줄 새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진보당의 정당 해산 절차에 조속히 착수해줄 것을 촉구했다. 앞서 김진태 의원과 이인제 의원 등도 "통합진보당은 헌법이 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포함되기 힘든 정당" "체제를 위협하는 정당은 죽어도 용납해서 안 된다"는 등의 발언과 함께 진보당 해산 요구를 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이런 요구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제소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정당을 해산한다'는 헌법 제 8조 4항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 4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도 이 조항을 들어 진보당 해산 청원서를 법무부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지금까지 수사당국이 제시한 혐의만으로는 진보당 해산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이 의원을 포함해 전쟁준비를 꾀했다는 지하혁명조직(RO)이 진보당의 공식 조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진보당 전체가 내란음모에 가담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정당의 활동은 당의 대표성을 갖는 총재나 간부가 공개 조직을 통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며 "지하혁명조직은 진보당의 공식적인 하부조직도 아닐뿐더러, 이석기 의원도 일개 의원으로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서 정당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돼야 하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정당해산은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설이다. 실제 과거 이승만 정권이 정적 제거 목적으로 진보당을 강제 해산 시킨 경우를 제외하고 정당해산 절차에 따라 헌재가 정당해산을 결정한 경우는 한차례도 없었다.
헌법 전문가들은 도리어 정치권의 무분별한 정당해산 요구가 자칫 정치 탄압 도구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 해산은 권위주의 집권세력이 야당 탄압 도구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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