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ㆍ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한국 사회에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전라남도에서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데드 크로스는 일정 지역에서 사망자 숫자가 태어난 아기 숫자를 넘어서는 현상으로 농촌지역 일부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광역단체 수준에서 인구의 자연감소 현상이 출현한 건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인구조사가 시작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광역 지자체 가운데 인구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전남 지역의 출생ㆍ사망 통계를 비교한 결과, 6월말 현재 누적 사망자(8,400명)가 출생아 숫자(8,100명)를 300명이나 추월했다. 지난해 이 지역 혼인건수가 2011년보다 4.3%나 줄었으며, 올 들어 월별 출생아도 감소 추세인 걸 감안하면 연말에는 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500명 가량 추월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출생 1만7,000명ㆍ사망 1만6,800명)까지 유지되어 온 인구 증가 추세가 꺾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고령 인구의 수명연장에 따른 사망자 감소 추세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올 들어 전남지역의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을 정도로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사망률이 낮아져도 사망자 절대 숫자가 출생아를 넘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남 지역 '데드 크로스'를 한국 사회에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가 드디어 현실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초기 단계에서는 자녀 부양비 감소로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끼치지만, 20년 가량 지속되면 ▲노인 부양비 증가 ▲사망증가에 따른 인구 감소 등의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데, 전남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가 그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밭대 이준우 교수는 "2017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2030년부터는 국가 전체 인구가 감소하게 된다는 게 통계청 추계"라고 설명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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