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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던 구단주, 선수로 꿈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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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던 구단주, 선수로 꿈을 던지다

입력
2013.09.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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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구단주 허민(37)씨가 미국 독립리그에 처음 등판했다.

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프로비던트뱅크 파크에서 열린 캔암리그 소속 록랜드 볼더스의 뉴어크 베어스와의 홈경기. 캔암리그는 미 독립리그 중 하나로 마이너리그 싱글A 수준이다. 이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허씨는 힘차게 공을 뿌렸다. 성공한 기업인들이 흔히 맡는 시구자가 아니라 등번호 23번을 단 록랜드 선발투수 자격으로 치른 미 독립리그 데뷔전이었다. 프로 장벽에 좌절한 선수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줬던 그가 직접 '선수 허민'이란 오랜 꿈을 실현한 무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3이닝 동안 19타자를 상대로 5피안타(1피홈런) 사4구 6개를 허용하며 5실점. 1회에만 거듭된 만루 위기를 겪으며 볼넷 4개와 2루타 등으로 3점을 헌납했다. 3회엔 데뷔 첫 피홈런을 허용하며 2실점한 허 구단주는 4회 첫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강판됐다.

패전투수로 기록되긴 했지만 허씨의 얼굴엔 실망스런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미 야구 문을 두드린 도전 정신을 스스로 높게 평가한 때문이다.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점이 인생과 닮아 너크볼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처럼 허씨의 이력은 변화무쌍했다. 서울대 공대 95학번인 그는 서울대 최초의 비운동권 출신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졸업 후엔 온라인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작곡 공부까지 했다.

그에게 야구 사랑의 결정체는 2011년 창단한 고양 원더스다. 허씨는 소속 선수들이 프로 지명을 받을 경우 조건 없이 이적을 허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2년 간 프로에 입성한 소속 선수만 11명이고, 올해 창단 첫 승률 6할 고지도 정복했다.

그런데, 구단에 몰입할수록 그 자신의 야구 유니폼에 대한 열망도 덩달아강해졌다. 직접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 것이다. 2009년 메이저리그 전설적 너클볼 투수 필 니크로에게 너클볼을 사사했던 그는 최근 2년 간 '야신' 김성근 감독에게 투구 자세와 견제 훈련을 받았다. 올해 초 애리조나, 텍사스, 시애틀 등 루키 팀 입단 테스트를 받은 것도 단순한 호기가 아니었다.

허씨의 '아름다운 도전'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이날 경기장엔 평균 관중수(2,999명)를 훌쩍 뛰어넘은 5,004명이 찾았다. 록랜드의 켄 레너 구단주는 경기 후 "한국에서 허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씨는 내년 스프링캠프에 정식 초청을 받아 풀타임 출전에 도전할 예정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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