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8월 1.3% 오르는 데 그쳐 10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여름 할인판매로 화장품 가격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 설명인데, 화장품 한 품목으로 물가상승률이 좌우됐다는 해명이 오히려 물가통계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부문별로 살펴보면 하락보다는 상승요인이 많았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전기ㆍ수도ㆍ가스는 3.4%, 집세는 2.6% 올랐고, 농축수산물도 2.1% 상승했다. 장바구니물가인 신선식품도 2.6%나 비싸졌다. 하지만 전체 물가지수는 1.3% 상승에 그쳤으며,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음에도 한 달 전(1.4%)보다 오히려 0.1%포인트 떨어졌다.
통계청은 화장품 가격이 10.1%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안정시켰다고 해석했다. 소비자물가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화장품은 0.12%포인트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냈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화장품 업계의 8월 세일이 작년보다 기간도 길었고 인하 폭도 컸다"며 "지난해와 달리 통계 조사 기간이 세일 기간과 겹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착시효과'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체 소비자 물가를 1,000이라고 할 때 11개 화장품의 총 가중치는 12.6으로 선크림이 2.4, 로션이 2.0 등이다. 반면 농축수산물 128개의 가중치는 77.6으로 배추가 1.7, 고등어가 1.5 등이다. 선크림이 배추보다 가중치가 높은 것이다. 이처럼 가중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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