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안형준이 좌하귀 ▲를 패감으로 썼지만 한태희가 이를 무시하고 △로 패를 해소해서 상변이 온통 백 천지로 변했다. 그렇다면 흑이 이제 좌하귀에서 대가를 구해야 하는데 돌의 형태상 엄청나게 큰 이득을 볼 수는 없고 1, 3이 고작이다.
이때 한태희가 슬쩍 4로 들여다 본 게 기민한 응수타진이다. 백이 일단 5로 차단한 건 당연하지만 다음에 6으로 젖히자 응수가 난처하다. 1로 막는 건 2로 끊었을 때 A로 물러서야 한다는 게 괴롭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안형준이 아예 7로 이어서 중앙을 두텁게 한 다음 8대 9로 하변을 제압했지만 대신 백은 짭짤하게 실리를 챙겨서 별 불만이 없다.
게다가 백이 다시 선수를 잡아 우변을 10으로 갈라 치자 이번에는 우상 흑돌이 위험하다. 물론 몽땅 잡히지는 않겠지만 15, 17로 수습하는 사이 백도 16, 18로 안전하게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어서 결국 우변 흑진이 다 부서진 셈이다.
이제 흑이 기대할 곳은 우하쪽뿐이다. 안형준이 19로 귀를 굳혀서 이 부근을 크게 키우려 하자 한태희가 다시 20으로 쳐들어갔다. 이곳마저 쉽게 부서지면 흑의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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