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와 영주시가 현금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며 영주시에 일진그룹 계열 중견기업을 유치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당초 대대적인 홍보내용과 달리 급여가 최저임금을 겨우 넘은 사내하청기업 집단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투자유치는 환영 받을 일이지만, 최근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사내하청기업을 무더기로 유치한 셈이어서 지자체가 표를 의식해 실적을 뻥튀기 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영주시 등에 따르면 2011년 12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주영 영주시장, 일진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부품회사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진그룹 계열 기계부품회사인 A사가 영주시 반구전문농공단지 17만㎡ 부지에 2020년까지 모두 3,000억원을 투자해 7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경북도와 영주시는 중견그룹인 일진그룹의 투자유치는 지역경제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26억원의 현금인센티브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일진그룹은 재계순위 50위권의 중견기업으로, 일진의 직접투자는 영주 입장에서는 그 만큼 ‘괜찮은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일진그룹 투자유치는 김주영 시장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6월 5만㎡ 부지에 1단계 투자가 완료, 공장가동이 시작됐으나 막상 A사의 분위기는 ‘중견그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자동차용 베어링을 제조하는 A사의 생산라인 25개는 A사가 아닌 7개 사내하청업체(협력사)가 운영하고 있었다. 사업장 안에는 공장설비인력과 생산직 근로자 등 300여명이 근무 중이지만 영주지역 주민들은 생산직 150명 정도가 전부다. 이들 150명 대부분은 A사가 아닌 7개 하청업체 소속으로, A사 소속 직원은 20명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A사는 일진그룹 홈페이지 계열사 소개에도 없어 일진그룹 계열사인지조차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근로조건도 12시간 2교대 근무에다 시급도 3개월까지는 5,000원, 이후에는 5,500원으로 최저임금(4,860원)을 겨우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퇴직한 이모(27)씨는 “일진그룹 계열사라고 해서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하청업체였다”며 “잔업 특근을 다 합쳐도 월급이 200만원 남짓이고, 하청업체가 무슨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북도와 영주시는 A사 요청에 따라 폭 20m, 길이 800m의 진입로와 교량을 55억원이나 들여 건설해 주었고, 지금까지 투자금액 1,200억원에 대한 정산서류가 접수되면 10억4,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이제 시작단계여서 이직률이 높고 임금이 적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협력사 체제는 기업들의 운영방법의 하나로 시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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