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29)씨는 공기업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매달 수입이 불규칙하다. 저축할 엄두를 못 내던 차에 은행이 20, 30대에게만 소액을 저축해도 3~4%대 높은 금리를 준다는 얘길 듣고 올 초부터는 돈이 생기면 은행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은행들이 최근 일방적으로 이자를 내리는 바람에 고민이 크다. 김씨는 "소액 우대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 은행 2곳에서 체크카드도 만들고 통장도 개설했는데 금리를 내리면 어쩌냐"고 속상해했다.
한때 경쟁적으로 2030세대를 겨냥한 상품들을 쏟아냈던 은행들이 슬그머니 혜택을 거둬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저금리 탓에 수익이 안 난다"고 우는 소리를 하지만, 애초 이들 상품이 당장의 고수익보다 미래고객 확보 차원에서 운영된 걸 감안하면 핑계에 불과하단 지적이 많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8일부터 20대 대표 상품인 'S20통장'의 우대이율을 연3.2%에서 2.5%로 내릴 예정이다. 체크카드 실적, 휴대폰요금 자동이체 실적, 자동이체(적금 등) 금액 5만원 이상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200만원 이하 예금에 고금리가 붙는 단순함 덕에 전체 이용고객의 84.4%가 20대일 정도로 젊은 층한테 반응이 좋았다.
신한은 또 대표적 스마트뱅킹 상품인 '스마트적금'의 금리(1년)도 최근 3.3%에서 3.1%로 내렸다. 올 초 4.0%로 시작한 금리가 1년도 안돼 3.8→3.6→3.3→3.1%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하다. 지난달 우리은행은 만 18~30세 고객의 100만원 이하 예금에 연 4.1% 이자를 주던 '우리신세대통장' 금리를 2.0%로 확 낮췄다. 농협은행도 6월 '채움스마티통장' 금리를 3%에서 2.5%로 내렸다. 역시 만 14~33세 고객이 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이 통장을 결제계좌로 쓰면 100만원 이하 소액에 높은 이자를 얹어 준 상품이다.
대학생 특화 점포도 고사 위기에 처했다. KB국민은행은 2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개설했던 대학생 전용점포 '락스타'(樂star)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지난달 취임 후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락스타의 투자와 방식이 옳았는지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래 락스타는 단기간의 적자를 감수하고 탄생한 점포다. 어윤대 당시 회장은 "3, 4년간 적자를 보더라도 젊은 은행 이미지 강화와 미래고객 확보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현재 전국 대학교에 43개 지점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 '어윤대 색깔빼기'와 '수익성 개선'이란 두 과제가 던져진 천덕꾸러기신세로 전락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6월 경희대와 올해 3월 홍익대 앞에 차례로 대학생 전용지점인 'S20스마트존'을 열었지만 추가로 점포를 낼 계획은 아직 없다.
은행들은 실적 악화 탓이라고 항변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익이 전년대비 반 토막 난데다 금융당국도 '적자점포를 줄여라' '고임금 체계를 들여다보겠다'고 압박하는 통에 돈 안 되는 젊은 층 상품이 비용 절감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고금리를 미끼로 젊은 층을 체크카드, 예금 고객으로 확보해 놓고 이제 와서 가장 중요한 혜택을 축소하는 건 가입 고객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은행 직원들의 성과급 등은 축소하지 않으면서, 수익이 축소됐다는 이유로 고객에게 제공하던 혜택부터 줄이는 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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