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명의 승객을 태운 열차가 3중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고로 한반도의 대동맥인 경부선이 이틀간 마비상태였으나, 사고 책임자인 코레일은 수습과정에서 허둥대기만 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난 대구역에서 5년 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었다는 점에서 코레일의 안전 둔감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사고 후 10여분간 대피 안내방송이 작동 안돼 승객이 스스로 창문을 깨고 나와 무작정 철로를 걸어 대피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져 제대로 된 사고 대응 매뉴얼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레일 고위 관계자는 1일 "무궁화호 1204호 여객전무가 정지 신호임에도 기관사에게 '출발' 수신호를 전달했고 기관사는 신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주행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책임을 당시 근무자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철도 전문가들은 무궁화호 신호등과 KTX 신호등의 간격이 불과 1m에 불과해 기관사와 여객전무가 무궁화호와 KTX의 신호등을 혼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구역에서는 2008년 2월에도 하행선 무궁화호와 화물열차가 선로 합류 지점에서 충돌해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되는 사고가 발생했었는데 당시 밝혀 낸 사고원인도 이번처럼 화물열차 기관사가 인접한 신호를 혼동했기 때문이었다. 사고 이후 신호등 위치변경 등의 조치를 취했는지 묻자 코레일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역의 신호등이 인접해 있다"고 밝혀 사실상 재발방지 조치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또 승객의 위험을 담보로 한 코레일 노사 간의 무책임한 힘겨루기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측이 7월24일부터 열차승무원과 역무원의 순환전보를 강행하자, 이에 반발해 열차승무원들이 휴일근무를 거부하는데도, 사측은 여객전무 경험이 거의 없는 직원을 무리하게 대체근무에 투입해 오다 이번 사고를 초래했다.
사고 후 코레일의 대처는 인명피해가 4명에 그쳤다는 게 천운으로 여겨질 정도로 후진적이었다. 무궁화호와 충돌해 탈선된 서울행 KTX 4012호에 탔던 승객은 "수많은 승객이 열차에서 나와 좁은 철로를 따라 대구역으로 걸어 가고 있는데도 코레일은 이렇다 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당시 사고열차의 방송시스템이 고장 나 안내 방송을 할 수 없었으며, 승무원들은 열차 내 승객을 확인하느라 대피하는 승객들을 안전하게 유도할 겨를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부선 운행은 1일 오후 3시부터 정상화됐지만 주말 이틀간 KTX 20분, 일반열차는 30∼40분 지연 운행돼 이용객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구본부장과 대구역장, 기관사가 소속된 대전충남본부장 등 8명을 직위 해제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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