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대반격을 준비 중이다. LTE서비스 늑장시작으로 1위 SK텔레콤과 격차는 더 벌어지고 3위 LG유플러스에게조차 밀릴 위기에 처했던 KT는 지난주 주파수 경매에서 꿈에 그리던 대역을 확보, '진짜 싸움'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 기간 경쟁에서 이탈해있던 데다, 수장인 이석채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어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KT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광대역 LTE서비스 시행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KT관계자는 "경매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서비스 추진계획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총력전을 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실 4세대 서비스인 LTE에서 KT는 패착의 연속이었다. 주파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 비해 서비스 개시가 몇 달이나 늦어졌고, 이 공백 기간 동안 시장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실제로 전체 스마트 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 점유율(6월 기준)에서는 3위 LG유플러스(20.5%)를 여유 있게 앞서 2위(30.9%)를 달리는데 비해, LTE 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KT는 1년 넘게 LG유플러스에 밀려 꼴찌를 기록하다 올 5월 처음 역전에 성공했지만, 그 차이는 26.3%(KT)와 25.7%(LG유플러스)로 고작 0.6%포인트에 불과하다. (7월 기준)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LTE-A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속도경쟁을 이끌고 있지만 KT는 여기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이나 실제 속도 여부를 떠나 KT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경쟁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이 모든 '굴욕'을 이번 주파수 경매결과 한 방으로 날리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기존에 보유한 주파수 인접대역인 1.8㎓를 확보하는 데 성공, 두 대역을 나란히 붙여 말 그대로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차선 도로 옆에 2차선 도로를 구축으로써 사실상 4차선 도로를 깔아놓게 돼, 그만큼 교통속도가 빨라지는 이치다. KT관계자는 "광대역은 떨어져 있는 2개 도로를 기술적으로 연결시킨 LTE-A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석채 회장은 1일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KT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서비스를 최초로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며 "광대역 주파수 확보가 KT의 모바일 사업을 추격자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를 바꿔 놓을 확실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더구나 조단위를 넘어설 것이란 당초 우려와 달리, 주파수 낙찰가격이 9,001억원으로 비교적 합리적 선에서 결정됨에 따라 KT는 '출혈투자' 없이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KT가 반격의 모멘텀을 찾았다는 데 전문가들도 이견을 달지는 않는다. 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LTE-A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3~4개뿐인데다 대부분 고가의 제품인 반면 광대역 LTE는 쓰던 스마트폰으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서 "KT로서는 값비싼 제품에 부담을 갖는 고객들을 끌어 들이기에 좋은 조건을 확보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빠른 속도'는 큰 장점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광대역LTE가 LTE-A보다 빠르기는 하겠지만 소비자가 그 차이를 느낄 만큼 큰 속도차이는 아닐 것"이라며 "단지 빠른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준 연구원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던 LG유플러스가 LTE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데 1년6개월 이상 걸렸다"며 "KT역시 잃어버린 고객을 다시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또 하나 걸림돌은 경영구조의 불확실성이다. 정부가 이 회장의 퇴진을 계속 종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좀처럼 잠재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이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은 '퇴진하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회장은 "대주주가 없으면, 주인이 없으면, 기업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편견이자 허구임을 KT렌탈, BC카드, KT스카이라이프의 실적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자신을 둘러싼 경영능력논란을 반박했다. 이 회장은 이어 "우리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모든 아이디어와 정열, 땀방울 하나까지도 아낌없이 써서 일류 기업을 만들자"며 KT의 미래에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이란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주파수만으로 재도약을 하긴 힘들다. 여전히 공기업체질이 남아있는KT에서 CEO의 거취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시장경쟁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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