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열차사고가 또 발생했다. 그제 오전 경부선 대구역에서 서울행 무궁화호열차와 KTX열차가 추돌하고, 이어 서울에서 내려가던 다른 KTX열차가 추돌로 탈선해 있던 열차와 다시 충돌했다. 이 때문에 추돌한 무궁화호열차와 KTX 열차에서 모두 9량이 탈선하고, 대구역을 지나는 상ㆍ하행선은 물론, 서울역까지 열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사고 현장은 창문을 깨고 나온 승객들이 선로에 한꺼번에 엉키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4명이 부상했다. 세 편의 열차에 모두 1,300명 이상의 승객이 타고 있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나, 그나마 인명피해가 이 정도에서 그친 것이 다행이다.
원인은 무궁화호열차의 기관사와 여객전무, 관제실 사이의 교신착오나 신호무시 등 전형적인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무궁화호열차는 같은 방향의 KTX열차가 역 구내를 통과한 다음에 출발해야 하는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KTX 열차가 역을 완전히 빠져나가기도 전에 출발, 역에서 100㎙ 지난 지점에서 KTX열차의 측면을 들이받았다. 당시 신호기와 선로차단기가 정상 작동되고 있었다는 철도 관계자의 증언으로 보아, 열차운행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거나 관제실과의 교신 혼선 등 기초적 업무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 수습과정도 한심하다. 철도 당국은 사고 당일 대구역 대체선로 전기공급 작업을 마무리했다면서 "내일은 모든 열차가 대구역에서 정상 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열차가 줄줄이 연착되더니 결국 대체선로에 전력장애까지 발생, 상ㆍ하행선 모든 열차가 대구역에 정차하지도 못하고 통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번엔 "필요한 전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변명을 내놓았다. 승객들에게는 인근 동대구역에서 대체 교통편을 마련해주겠다고 했으나 정착 동대구역에선 사고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해 승객들의 문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툭하면 터지는 열차 사고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후진적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에 더욱 엄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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