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회가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유출 문제에 대한 심의를 연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7일 총회를 열고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때 오염수 유출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올림픽 개최지로는 도쿄, 마드리드(스페인), 이스탄불(터키) 등 3개 도시가 경합하고 있으나 이스탄불은 반정부 시위를, 마드리드는 재정위기 문제를 각각 겪고 있어 도쿄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일본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IOC 총회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7일 방문, 현지에서 축포를 터뜨릴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도쿄에서 220㎞ 떨어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문제가 부각되자 일본은 당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의원 경제산업위원회는 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에 대한 심의를 IOC 총회가 끝나는 9월 중순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오염수 문제는 국회 회기와 상관없는 계속심의사항으로,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말부터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갑작스런 심의 연기가 올림픽 유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원전 정보를 숨기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마이너스”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유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오염수 저장탱크 3곳과 배관 접합부 한 곳에서 시간당 최대 1,800밀리시버트(m㏜)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이는 일반인이 4시간만 노출돼도 사망할 수 있는 수치다. 최대 수치의 방사능 물질이 나온 탱크에서는 지난달 22일 시간당 100mSv가 측정됐다. 따라서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유출돼 방사능 농도가 올라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염수가 유출된 저장탱크는 강판을 볼트로 조여 만든 플랜지형으로 원전부지 안에 350개가 있다.
한편 원전 관리 회사인 도쿄전력은 원전 인근 우물 지하수 4곳에서 3월 측정 때보다 농도가 15배 상승, 리터당 최대 470베크렐(Bq)의 트리튬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저장탱크에서 유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지하로 흘러 지하수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