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지하혁명조직(RO)의 비밀회합 녹취록에는 남북한 상황 등에 대한 시대착오적이고 왜곡된 인식들이 가득하다. 전문가들은 집단적 폐쇄성과 과거에 얽매인 사고 등의 배경이 작용한 결과로 이를 해석했다. 여기에 북한 추종에 기반한 확고한 동지의식과 자신들의 입지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상식적 상황인식을 강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집단적 폐쇄성이 왜곡된 인식 불러
전문가들은 우선 이들의 폐쇄성에 주목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이들이 회합에서 나눈 대화를 보면 특정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종교적 맹신교도들이 보이는 것과 같은 폐쇄성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심리 전문가는 "이들의 행동은 외부에서 볼 때 전혀 이성적이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믿음을 부추기면서 신념을 강화하는 집단적 사고의 한 특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폐쇄적 집단주의는 종북주의자 고유의 특성이라는 주장도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평등이라는 가치를 잘 실현시키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부정함으로써 이들이 믿는 새로운 체제(북한)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폐쇄적 집단주의에 빠져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남북의 변화된 상황을 도외시한 채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사고의 경직성이 이들의 왜곡된 상황인식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김윤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은"이들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미국의 식민지 상태이며 북한은 이상사회라는 70, 80년대식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설령 현실을 인식한다 하더라도 이해관계 때문에 변화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신삼 열린북한방송 대표도"'김일성 김정일 주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80년대식 사고 체계가 이들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북한 관련 전문가는"녹취록 발언을 보면 이들은 모든 상황을 북한 중심으로 인식한다"며 "이는 결국 이들 집단이 시작된 초기의 원리에 아직 매어있는 것으로 이 틀을 모든 상황인식의 기본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축소되는 입지가 인식 왜곡 부추겨
일부 전문가는 사회적 입지 축소도 이들의 정세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부정 경선 사태 등으로 입지가 축소돼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들만의 논리를 더욱 강화시키면서 의도적으로 상황을 왜곡하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지난해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태 등에서 타격을 입고 고립이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좀 더 과격한 형태의 모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 일본의 적군파들을 봐도 고립이 심화되면서 비행기 납치 테러 등 더 급진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종북 주사파들의 얘기를 다룬'진보의 그늘'저자인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종북세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자기들끼리 공유한 정보만 모든 판단의 근거로 삼기 때문에 정확한 정세 판단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하당 사업 등 목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상황인식을 강화해야 하는 악순환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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