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유일의 시리아 동맹국인 이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리아를 감싸자니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게 되고, 미국의 공습을 방관하자니 시리아와 순망치한 관계인 자국의 안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온건파와 종교계ㆍ군부 등 보수파가 입장차를 드러내며 지도층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29일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중동)지역에 엄청난 희생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란은 이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는 "무고한 시리아 국민들이 화학가스에 희생됐다"며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누가 화학무기를 썼는지에 대해선 "성급한 판단은 위험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시리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비난해온 이란 정부의 기존 입장과 거리가 있다.
군부는 보복을 공언하며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군부 핵심세력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는 이날 "시리아가 공격받는다면 즉각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카메네이는 화학무기 사태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역외 국가들이 중동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27일), "미국의 개입은 지역에 재앙이 될 것"(29일) 등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란 집권세력의 최상층부인 이들 3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고 진단했다. 로하니는 화학무기를 강력 비난하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췄는데, 중도보수를 지향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그로서는 시리아 동맹에 매몰돼 반인륜적 범죄를 외면할 경우 지지 기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19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받아 수천명이 숨지거나 후유증을 앓고 있어 이 문제에 민감하다.
반면 카메네이는 오랜 동맹인 알 아사드 정권 없이는 이란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먼저다. 그에게 시리아는 미국ㆍ이스라엘 동맹에 대항하는 최전선으로, 시리아가 무너지면 이란 정권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 같은 보수파이지만 혁명수비대는 카메네이보다 시리아 정권 보호에 더 적극적이다. 시리아 군부·정보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이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정예군의 권위를 유지하는 등 직접적 이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FP는 이란의 경제사정이 워낙 나빠 현재는 보수파가 로하니에게 서방과의 협상 여지를 주고 있는 형국이지만, 미국의 시리아 공격이 제한적 타격을 넘어 알 아사드 정권 축출을 목표로 확대된다면 보수파의 강경노선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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