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6군사쿠데타'를 미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의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심의를 최종 통과해 논란이 예상된다. 역사학계에서는 교과서 내용이 일선 고교에서 채택하기에 적합한지 분석에 들어가는 등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역사교과서 검정작업을 교육부로부터 위탁 받아 검정심의를 벌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보수학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대표적인 뉴라이트학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한국현대사학회 회장)가 주요 집필자로 참여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등 8종이 검정에 최종 합격했다고 30일 밝혔다.
국편이 이날 공개한 검정단계 수정 전후 내용을 보면,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에는 5ㆍ16을 미화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5ㆍ16 군사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했다"거나,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했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했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했다"(324쪽)고 기술했다.
한국역사연구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교수(역사학)는 "편수용어(교과서에 역사적인 사건을 기술할 때 기준이 되는 용어)인 '군사정변'이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뒤에는 긍정적으로 평가 될만한 사실을 덧붙였다"며 "5ㆍ16에 대한 우호적인 해석을 덧붙이기 위해 굳이 밝힐 필요가 없는 사실까지 나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던 공산주의민족운동 단체였던 조선공산당과 관련한 기술을 하면서는 "소련의 지령을 받은"이라거나, 신탁통치 찬성과 관련해 "(소련의) 찬탁 지시"라고 기술했다가 검정심의회로부터 두 차례나 삭제 권고를 받고 없앴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조선공산당이 독자적인 결정구조나 논리에 의해서가 아닌 소련의 꼭두각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부각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학계에서도 정설로 인정하지 않는 70년대식 냉전 이데올로기적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고 장준하 선생이 5ㆍ16군사쿠데타 직후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며 불가피성을 언급했던 글을 실었다가 검정심의회로부터 "장준하의 일생을 통한 정치적 입장에 비춰볼 때 예외적인 사례이고 장준하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며 삭제 권고를 받고 빼기도 했다.
검정심의위원장인 하우봉 전북대 교수(사학)는 "교과서 검정 제도의 취지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좀더 다양한 시각이나 사관을 인정하자는 것"이라며 "교과서 검정심의 기준에 입각해 중립성을 지켜 심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는 다음 달 2일 일반에 공개되고 각 고교에도 전시돼 학교별 채택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역사연구회 측은 "교과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일선 고교의 채택 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설명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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