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돈의 싸움이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SK텔레콤과 KT는 웃었고, LG유플러스는 끝내 베팅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올해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격전지인 LTE 주파수 경매가 12일 만에 막을 내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0일 주파수 경매 마감 결과 ▦KT는 기존 주파수와 붙어 있는 1.8㎓ 주파수를 9,001억원에 ▦SK텔레콤이 또 다른 1.8㎓ 주파수를 1조500억 원에 확보했으며 ▦LG유플러스는 2.6㎓ 주파수를 4,788억 원에 낙찰받았다고 발표했다.
19일부터 시작된 이번 경매는 입찰회수가 총 50회까지 접전을 벌였으나 결정을 보지 못해 마지막 한 번에 최고가를 써 낸 통신업체가 원하는 주파수를 가져가는 밀봉입찰로 최종 낙찰자를 가렸다.
KT는 그토록 원하던 인접대역 1.8 ㎓를 확보해 목표를 이뤘다. 이제 KT는 기존에 갖고 있던 1.8㎓(대역폭 20㎒) 주파수에 새로 낙찰 받은 1.8㎓(대역폭 15㎒) 주파수를 나란히 붙여 총 35㎒ 대역폭의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즉, 2차선 도로에 추가로 2차선 도로를 개통해 4차선 도로가 되는 셈이어서, 기존 LTE 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2배 빠른 광대역 LTE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LTE경쟁에서 뒤쳐져 있던 KT로선 반격의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SK텔레콤도 또 다른 1.8㎓(대역폭 35㎒) 주파수를 확보, 광대역 LTE를 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1위 사업자답게 이번 주파수 경매를 주도했으며, 풍부한 자금력으로 복잡한 입찰 룰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도 40㎒ 대역폭의 2.6㎓ 주파수를 확보해 광대역 LTE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내심 원했던 1.8㎓를 SK텔레콤에 빼앗겨, 분루를 삼켰다는 후문이다.
사실 2.6㎓ 주파수보다는 1.8㎓ 주파수를 가진 업체가 유리하다. 전 세계에서 2.6㎓보다는 1.8㎓ 주파수를 LTE용으로 사용하는 통신업체가 더 많기 때문이다. 1.8㎓용 통신장비나 스마트폰이 더 많이 나와 있어 구하기도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따라서 KT와 SK텔레콤의 LTE 가입자들은 기존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아도 100Mbps 이내의 광대역 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LG유플러스는 그만큼 투자비용과 시간이 더 들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특별히 실패한 건 아니다. 어차피 이런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8㎓ 주파수를 확보한 통신업체들은 빠르면 11월부터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매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클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래부가 너무 복잡한 경매방식을 정했기 때문이다. 룰이 복잡하다 보니 업체들은 원하는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 뿐 아니라 경쟁사가 원하는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하는 방향으로 복잡한 수싸움을 벌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넉넉한 판돈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이 원하는 주파수 입찰가를 여유있게 끌어올리며 판세를 주도했다. 그 결과 KT와 LG유플러스가 끌려가는 양상으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관은 "국민편익과 산업진흥을 우선 고려하고 적정 할당대가 확보 및 공정경쟁 여건 조성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지만, 업계는 한결같이 입찰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주파수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장기적인 주파수 매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 어떤 주파수가 나올 지 모르니 통신업체들이 경매 때마다 돈싸움을 벌이고 그 비용이 가입자들의 통신비로 전가될 소지가 있다"며 "정부가 보유한 주파수를 어떻게 배분할 지 장기적 플랜을 공개하고 룰도 확정해야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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