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경제통인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가 "최근 인도 등 신흥국 위기에도 상대적으로 한국 경제는 건강하나, 정부 당국자들이 이에 도취해 샴페인을 터뜨리느라 바쁘다"고 꼬집었다. 또 재벌 개혁을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재벌 총수들과 회동한 것은 '불길한 조짐'이라고 지적했다.
페섹은 30일 블룸버그 칼럼에서 "아시아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한국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드문 예외"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 관리들을 만나보니 샴페인을 터뜨리느라 바빠서 앞으로 다가올 '중년의 위기'에 대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기존의 수출 의존적 경제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할 때인데, 너무나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다는 것이다.
페섹은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모호하고 개념 자체가 계속 변하고 있다"며 "구조개혁 없이 경제주체의 자신감을 높이려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시도와 비슷해 보인다"는 한국 한 고위 관리의 말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이 28일 1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 투자를 늘리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불길한 조짐"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를 뒤엎은 것은 기업들에게 정부가 계속 돈을 빌려주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 중국 국영 은행들의 부실대출 같은 위험성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구상에 살을 붙이기 위해 더 빨리 일해야 한다"며 "페이스북이나 골드만삭스 등이 한국에 대해 '좋아요'를 클릭해줬다고 성급히 샴페인을 터뜨리려는 충동과 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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