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29일 잠적 하루 만에 국회에 나타나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이 의원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고, 검찰이 30일 새벽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법 제44조 1항은 현역 국회의원이 현행범으로 붙잡힌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결산안 처리를 위해 8월 임시국회가 소집된 상태고, 9월 2일부터는 100일 간의 정기국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되면 24시간에서 72시간 내에 표결에 부쳐야 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표결로 가결된다. 물론 국정원과 검찰이 비회기 기간인 31일과 9월 1일을 이용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려 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법원이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체포동의안 처리를 두고 여야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안이 엄중한 만큼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처리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범죄 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너무 앞서나가는 얘기"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태도에 따라 체포동의안 처리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 여야의 대치 정국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이를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 일정 합의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국회에 계류 중인 이 의원의 자격심사안(의원직 제명) 처리 여부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여야는 지난 3월 국회 개원 합의 사항으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을 제출했으며 현재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계류 상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누리당은 자격심사 처리에 민주당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에 대해 자격심사를 통해 국회에서 배제하자고 민주당도 서명을 해놓고 야권연대 하는 데 불리할 것 같으니까 발을 빼고 있다. 민주당이 약속을 지켜야 할 시점"이라고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당시 여야가 자격심사의 이유로 합의한 당내 비례대표 부정 경선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수사에서 무혐의 결론이 난 상태라 자격심사안 강행은 무리"라는 입장이어서 처리전망은 불투명하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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