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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파국으로 끝난 검찰 수사관의 '사랑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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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파국으로 끝난 검찰 수사관의 '사랑과 전쟁'

입력
2013.08.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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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중순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검찰 수사관 정모(52)씨가 들어섰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후 컴퓨터와 노트북 등을 챙기기 시작했다. 방 안 은밀한 곳에 숨겨져 있던 서류와 돈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도 챙겨 가방에 담았다.

며칠 후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관들이 아파트로 들이닥쳤다. 아파트의 주인은 정씨가 아닌 여성 사업가 유모(44)씨. 경찰은 유씨가 사업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왔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결정적인 증거물은 이미 정씨에 의해 다 치워진 상태였다.

정씨와 유씨는 2007년 정씨가 유씨가 연루된 사기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됐다. 이후 정씨가 유씨의 법률적 문제를 도맡아 해결해주면서 둘은 더욱 가까워졌다. 법원에 제출된 진술서와 변론요지서는 물론이고, 유난히 송사가 많았던 유씨의 각종 사건 고소장 작성도 정씨 몫이었다.

하지만 2009년 유씨가 사기 사건으로 3년의 실형을 살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씨는 유씨가 채무자로부터 받기로 한 1억원 가운데 상당부분을 가로채고, 비어 있던 유씨의 집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500만원 상당의 유씨 소유 자전거도 마음대로 가져가 사용했다. 정씨는 유씨가 교도소에 있는 사이 또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복역을 마친 유씨는 정씨의 이 같은 행각을 검찰에 진정했다. 수사관과 피의자로 시작된 둘 간의 인연이 6년 만에 파국을 맞게 된 것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8일 검찰 수사관으로 재직하며 알게 된 인연으로 유씨의 각종 송사에 법률적 도움을 준 대가로 680여만원의 금품을 받고 챙기고, 유씨의 돈 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변호사법 위반, 횡령)로 정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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