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M수사회 교육관 지하 강당에서 이뤄진 지하혁명조직(RO) 회합은 국정원이 RO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한 결정적인 증거였다.
회합에는 130여명의 조직원들이 참석했는데, 특히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포함해 지난 28일 자택을 압수수색 당한 핵심인사 10명이 모두 참석했다. 경기지역 권역별 대표인 김근래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동부)을 비롯해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남부),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중서부),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 지부장(북부)과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우위영 전 대변인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과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등도 회합에 참석했다. 국정원은 참석자 가운데 홍 부위원장과 이 고문, 한 전 위원장을 28일 체포했다.
회합은 이 의원의 강의로 시작됐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각각 강행된 북한의 광명성 3호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참석자들의 동의를 구했다. 참석자들은 이 의원의 강의 내용에 박수를 치거나 "네"라고 대답하며 호응했다. 이들은 회합을 통해 결속을 다지고 공통된 인식을 형성하는 계기로 삼은 듯하다.
이 의원은 강의가 끝나자 참석자들과 국제정세 및 RO의 정치, 군사적 과제 등에 대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참석자들은 질의응답 이후 권역별로 별도의 토론시간을 가진 후 권역별 대표가 토론 결과를 발표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국정원은 토론 과정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 중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할 만한 '문제의 발언들'을 다수 확인했다. 당시 모임은 이 의원의 마무리 발언으로 끝났다.
국정원이 녹취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회합에 참석했던 인사가 국정원에 회합 내용을 제보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녹취록에는 이 의원 등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이 여과없이 기록돼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해 국정원이 확보한 결정적 증거는 5월 회합에 응축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모임을 가진 곳은 한강과 국회의사당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천주교 절두산 순교성지 바로 옆에 위치한 수도시설이다. 신자들을 위한 교리교육 등 수도회 관련 행사가 주로 이뤄지는 곳이지만 외부단체의 요청이 있으면 대관을 하기도 한다. 시설 관계자는 29일 "지난 5월 어떤 남성이 도시ㆍ농촌간 직거래 행사를 한다면서 전화로 갑자기 대관을 요청해 강당을 빌려 준 것밖에 없다"며 "정당과 관련된 모임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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