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헌정사에 기록될 엄청난 사건이다. 현역 의원과 정당인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도 엄청난 파장이 따를 것인데, 내란음모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수사한다는 것은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 정치사의 흐름을 바꿀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이 사건은 정치적 절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도 안 된다. 수사 결과, 국정원이 제시한 혐의대로 진보당이 내란음모를 했다면 관련자 처벌뿐만 아니라 정당 해산 절차까지 밟아야 한다. 반대로 내란음모 혐의가 날조되거나 과장됐다면 국정원 역시 책임자 처벌은 물론 해체 수준으로 개편돼야 하며 정권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엄중한 사태 앞에서 국정원과 진보당은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압수수색 하루 후인 29일 현재 확인된 것은 국정원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한 종교시설에서 이 의원 등 130여명이 참석한 회합이 열렸고 유사시 총기 확보 지시, 통신ㆍ유류 시설 파괴 모의가 있었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는 것이다. 내란음모 혐의의 핵심 내용이 총기 확보 지시와 국가시설 파괴 모의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등은 "허위 날조"라고 일축하며 "촛불을 꺼뜨리려는 공안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공방이 오가지만, 일단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제시한 혐의,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한 사실에 비중을 두는 게 상식이다. 그 동안 이 의원 등 진보당 핵심인사들의 주사파 전력이나 체제 부정적 태도 등도 국정원 수사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나 과거 내란음모 사건들이 조작됐다는 엄연한 역사에다 단순한 말만으로는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형법 전문가들의 견해를 접하면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29일자 사설에서 '확실한 증거로 물타기 논란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 대로 사실과 증거로 말해야 한다. 주장이나 추정, 가치판단은 배제하고 사실 확인과 명확한 증거 제시가 있어야 한다. 당사자인 국정원과 진보당은 물론 정치권, 검찰, 법원, 언론 모두에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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