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로서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피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면접관이 되어 예비 신입사원을 만나는 일이다. 이 고약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나는 그 동안 수십 명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일단 요구한 양식에 맞춰 입사지원서를 보내온 사람들 중에서 일차로 걸러진 이들이다. 말하자면 서류전형을 통과한 이들이다. 그들이 꼼꼼하게 작성해서 보내온 입사지원서를 보면, 그들의 인성과 취향 같은 게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 적혀 있는 그들의 희망은 노골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지극히 순정한 것이다. 그런 형편을 잘 알면서 그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질 때의 기분은 사실 전혀 유쾌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자괴감 같은 것도 느낄 때가 있는데, 심하게 표현하면, 잘 다룰 줄도 모르는 총을 손에 쥐고 의기양양해하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된 기분과도 흡사하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면접을 볼 때, 반대 입장에서 절실한 희망을 품고 면접을 보는 내 모습을 계속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 딴에는 잔뜩 긴장해 있는 예비 신입사원들을 편하게 해주는 요령을 개발하기도 했다. 내가 마음의 경직을 풀어주기 위해 그들에게 던지는 첫 마디는 이거다. "면접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출판계 선배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세요."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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