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과학관 직원채용 과정은 복마전 그 자체였다. 사전에 청탁을 받은 공무원이나 그 자녀 등을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 도중에 선발방식을 바꿨고, 채점표를 임의로 작성하는 등 총체적 비리로 얼룩졌다. 이런 식으로 합격한 사람은 최종합격자 24명 중 20명이나 됐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한 국립대구과학관 직원채용 비리를 수사해 온 대구 달성경찰서는 29일 채용비리에 개입한 혐의(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등)로 조청원 전 대구과학관장 등 7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부정합격자 20명의 명단을 대구과학관에 통보했고, 과학관 측은 임시이사회와 인사위원회 등 행정절차를 거쳐 이들을 불합격처리할 방침이다.
국립대구과학관 채용과정은 ‘비리 종합선물세트’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사람에는 김모(33) 대구과학관 인사담당자와 김씨에게 2,000만원을 건넨 친구 정모(33ㆍ응시생)씨, 윤모(56) 건립추진단장, 미래부와 대구시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응시생인 친구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가 논란이 되자 되돌려준 김씨와 조 전 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 의해 기각됐다.
부정합격으로 드러난 20명은 전현직 공무원 20명,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자녀 7명, 언론인 부인 2명에다 최종수사발표에서 면접관을 잘 아는 사람들의 자녀 6명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조사결과 조 전 관장과 윤씨 등은 원서접수(6월7~17일)에 앞서 지인들로부터 청탁 받은 응시자를 합격자로 미리 내정한 뒤 이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온갖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조 전 관장은 채용규칙을 위반해 자신을 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공범인 과학관 인사담당자와 대구시 사무관 등 심사위원 5명 중 과반수인 3명을 공범으로 구성했다.
또 합격자 선발방식을 점수합계순으로 결정하기로 결재해 놓고도 심사당일 위원장 직권으로 이를 무시하고 심사위원들이 구두로 추천하는 사람으로 하기로 변경했다. 이어 면접 과정에서 내정자들에게는 “좋군요”라고 발언하는 등 심사위원 다수로부터 추천을 받도록 유도했다.
심사가 끝난 뒤에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서명만 받은 백지 집계표와 평가표를 받은 뒤 임의로 점수를 기재했고, 일부 내정자는 임의로 점수표를 고치기까지 했다. 이런 식으로 사전에 합격을 내정한 20명 전원이 합격했다.
조 전 관장은 최종합격자 발표 후 임용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들통나자 심사위원들이 면접과정에서 추천자를 표기해 둔 ‘응시생 인적사항 요약본’마저 파기토록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홍사준 달성경찰서 수사과장은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응시자별 채점표에 서명만 한 뒤 제출하면 인사담당인 김씨가 내정자들에게 임의로 높은 점수를 주는 방법으로 집계표를 짜맞췄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개선안 마련
경찰 수사 이전에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대구시는 자녀를 취업시키려 한 대구시 고위간부를 직위해제하는 등 문책하고 대구시 공직자 자녀의 산하 유관단체 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종합적인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도시공사 등 18개 공직유관단체에 대구시 공직자 가족 채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공무원행동강령과 공직유관단체 인사규정 등을 개정, 10월부터 개선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채용정보도 자체 홈페이지는 물론 고용노동부 워크넷, 채용대행업체, 일간지 등으로 확대 제공하고 원칙적으로 필기시험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과 공무원은 서류ㆍ면접시험 위원에서 배제하고 시험위원이 면접대상자와 이해관계가 있으면 심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부정합격자들의 신상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경찰이 부정합격이라도 통보한 사람을 어떻게 임용하겠냐”며 “조만간 임시이사회를 열어 보고한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문제의 20명에 대해 ‘불합격’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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