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지면서 "지금이야말로 각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제도를 만들어서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하여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현정부의 대기업 정책 기조가 '경제 민주화'에서 '경제 기 살리기'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기업 세무조사 강화, 사정ㆍ감독 당국의 조사 등으로 대기업을 강도 높게 압박해왔으나, 하반기 국정 최대 과제인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10대 그룹의 올해 상반기 투자 규모마저 크게 줄어든 것이 박 대통령의 대기업 정책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여러 차례 대기업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상임금 관련 법안 등 국회에 대기중인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수위와 처리 속도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향후 투자 계획을 밝히는 한편 정부가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규제를 풀어주는 게 기업에 큰 힘"이라고 말했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겸 두산그룹 회장은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인 만큼 잘 해결돼야 한다"며 "기업 관련 입법이 쏟아져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독소조항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로잡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조 변화가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수정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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