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받고 있는 출강비보다 20% 더 올려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서울에서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친 지 고작 3년째인 박모(33) 강사는 27일 저녁에만 입시학원들의 출강 섭외 전화를 3통이나 받았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이 필요한 소수의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을 상대로만 강의 해왔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교육특구'로 통하는 목동의 유명 입시학원도 포함돼 있었다. 그동안 단 한 차례의 섭외 전화도 받아본 적 없는 그에게는 놀랄 만한 일이었다.
교육부가 지난 27일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재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을 발표하자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박씨는 "2011년부터 주로 관악구, 동작구 일대 3~4곳의 공무원학원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대비반 강의를 하며 연 4,0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는데 이번에 전화를 해온 학원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를 부르더라"고 말했다. 유명입시학원들로부터 섭외전화를 받은 한국사 강사들은 박씨뿐만이 아니다. 박씨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는 발표를 보고, 강의를 좀 더 구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섭외 전화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사 강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학원들도 있다. 20명 안팎의 강사를 고용해 국어 영어 수학 과목만 강의 해온 강서구 A입시학원 관계자는 "어제 발표를 듣고 친분이 있던 한국사 강사들 10여명에게 연락을 돌렸지만 강의 약속을 받지 못했다"며 "우리처럼 한국사 과목을 개설하지 않았던 학원들은 강사를 섭외하느라 난리"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등 유명학원 밀집 지역에선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될 것을 예측해 이미 준비에 들어간 학원도 많았다. 노재규 청솔학원 원장은 "우리 학원은 2~3개월 전부터 이미 한국사 강사를 섭외해왔다"며 "오는 10월부터 시작할 고1 예비반에 한국사 강사들을 편성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효준 메가스터디 홍보과장은 "이미 유명 한국사 강사들이 많이 합류해있다"며 "제도가 확정되면 구체적인 강의 일정을 짤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이제 한국사는 입시에서 국영수와 같은 비중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기존 과목 이외에 한국사까지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백연주(40)씨는 "이과를 지망하던 아이에게 당장 한국사를 가르쳐야 해서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학교는 제도가 바뀌어도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아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부 조연희(45)씨는 "입시제도가 자꾸 바뀌는 바람에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아이를 가르칠 수가 없다"며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입시제도가 바뀌는 것이 당황스럽다 못해 어느새 익숙해져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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