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용량을 키우려면 크기도 커지기 마련인데 이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위니아만도의 940리터 냉장고도 크기가 커 설치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조성진 LG전자 사장(생활가전 사업본부장)이 28일 ‘LG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냉장고 용량 전쟁’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냉장고 업계는 누가 더 큰 공간을 확보하느냐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2007년만해도 600리터급 제품이 국내 양문형 냉장고 시장의 70%이상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800리터급 이상 제품 비중이 40~50%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최초로 900리터짜리 제품을 내놓자마자 LG전자는 10리터 큰 910리터 제품으로 기록을 깼고, 지난 7월 위니아만도는 30리터 큰 940리터 제품 출시로 ‘신기록’을 세웠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용량 관련 허위 광고 논란으로 100억원대 규모의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미세한 용량으로 신기록 경쟁을 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업체들은 자존심 때문에 누구도 먼저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는데 조 사장이 총대를 멘 것이다.
조 사장은 원래 ‘세탁기 박사’로 통한다. 1978년 LG전자의 전신 금성사에 고졸사원으로 입사해 36년 동안 세탁기 ‘한 우물’만 파면서, 드럼세탁기(트롬세탁기)를 세계 주요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백색가전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승진, 고졸신화의 주역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세탁기에만 평생을 바쳐온 그에게 사실 냉장고는 생소한 분야. 하지만 그는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냉장고를 직접 분해하고 부품 하나하나를 다 살펴보면서 개선점을 찾아냈다. 조 사장은 “세탁기든 냉장고든 접근하는 방식은 같다”고 말했다.
트롬세탁기 신화를 일궈낸 그의 꼼꼼함과 세심함은 정수기냉장고 제작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회사 관계자는 “정수기 물이 아이들이나 주부에게 뜨겁지는 않은지, 얼음 모양과 떨어지는 속도는 문제가 없는지 여러 차례 점검했다”며 “세탁기 제작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선보인 얼음정수기 냉장고는 ‘2015년 세계 가전시장 1위 달성’을 목표로 삼은 조 사장이 실질적으로 제작을 총지휘한 첫 제품. 조 사장은 “정수기를 쓰지 않는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정수기를 살 뜻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얻었다” “단순히 큰 냉장고보다 사용 편의성이 좋아진 냉장고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크다” 등 고객이 원하는 바가 제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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