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방분야의 최대 이슈는 FX(차기전투기) 사업 일 것이다.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8조3,000억원 규모가 투입되는 대형사업으로 이제 최종 기종선정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이번 사업에 대하여 왈가왈부하거나 3개 기종의 장단점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공군에서 30여년 이상 전투조종사로 복무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사업추진 상황이 너무 정해진 틀에 얽매이고, 원래 의도한 전력화 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것 같아 우려된다. 이번 FX사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만큼 창조적 사고와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거시적 국가 안보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항공전력은 그 특성상 전략무기이다. 유사시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 치명적 공격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평소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한다. 이번에 도입하는 고성능 전투기는 그러한 전략무기의 최고 수단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은밀하고도 정밀한 공격 능력이 요구된다. 그동안 FX사업에는 미국의 F35, F15SE와 EADS의 유로파이터가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F35는 가격이 예산 범위를 초과하였고, 유로파이터는 일부 조건을 임의 변경하여 사실상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F15SE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F15SE를 놓고 '구세대 전투기', '차세대 전투기', '실체가 없는 페이퍼 전투기' 등의 논란이 거세다. 필자가 볼 때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특히 스텔스 기능 보강을 위해 일부형상을 개조하고 페인트를 칠한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의문이고 오히려 무장능력, 행동반경 등 기본적인 성능마저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공군이 이번에 고성능 전투기를 확보하면 상당 기간 추가적인 소요가 없다. 한번 도입하면 최소 30년, 기골보강을 통해 50년까지도 운영한다. 즉 이번에 도입할 전투기는 향후 30년 이상 우리나라를 지킬 대표선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안보환경은 너무 불투명하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포기 할 것 같지 않고,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와 선제공격을 위해 헌법까지 개정하겠다는 움직임이 심각하며, 중국은 이미 미국에도 맞설 수 있는 군사강국이 되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이 스텔스 기능이 있는 전투기를 보유하게 된다. 앞으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줄 믿음직한 보루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번 잘못 결정하면 돌이킬 수 없고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향후 독도나 서해에서 주변국과의 마찰은 불가피 할 것이다. 이때 우리의 국가대표가 링에 올라 힘 한번 못 써보고 쓰러지는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일시적인 가용예산 부족은 기종선정의 우선적 조건이 아니라고 본다. 대당 가격보다는 임무수행 능력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니 그에 맞추어 산다는 것은 너무 획일적 사고가 아닐까? 가용예산이 부족하면 그에 맞추어 사업을 조정하면 될 것이다.
FX사업을 놓고 국민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전문가들의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청은 정해진 절차를 지속할 것이며 예산 증액은 없다고 발표했다. 사실 국방부나 방사청이 제일 고민하고 곤혹스러울 것이다. 사업이 지연되면 국제 신뢰도, 가격 상승, 전력 공백 등이 우려된다. 허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가장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더욱 고민해야 한다.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 가장 효율적 방법을 찾는 것도 창조일 것이다. 필요시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틀을 다시 짤 수도 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만을 말하기 전에 가장 설득력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미래 안보를 위한 창조적 의사결정과 함께 국가 항공산업 육성으로 창조경제가 활짝 열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표수 연세대 항공전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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