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노숙투쟁'을 시작했다. 김 대표가 고강도 투쟁으로 배수진을 치고 나온 것은 교착 정국의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4주째를 맞는 장외투쟁의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김 대표는 이날 천막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미리 예고한대로 오늘부터 이 광장에서 노숙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집사람에게 장기외박 허락을 득했고 아침에 샤워하지 않아도 되게끔 머리도 짧게 깎았다"고 각오를 밝혔다. 당 관계자는 "노숙투쟁이 시한부는 아니다"면서 "의원들은 정기국회에 집중하도록 하고 장외에도 수위를 낮추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는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앞장서 원내외 병행투쟁을 이끌겠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앞으로 서울광장을 거점으로 낮에는 정상 일정을 소화하고 밤에는 천막으로 귀가하는 사실상의 '거리농성'체제로 돌입하는 셈이다. 김 대표가 투쟁 현장에 상주해 당내결속을 유지하는 한편 박 대통령을 향해 단독회담 수용과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주말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투쟁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여권이 상황을 방치하면서 대치정국이 길어질수록 출구전략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고민도 크다. 당장 내달 2일 정기국회 개원식에는 참석해 병행투쟁의 명분을 쌓겠지만 이후부터가 문제다. 원내지도부는 의사일정 협상과정에서 국정감사 이전 '선(先) 대정부질문'추진을 여당에 요구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은 국정감사가 먼저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이슈를 살려가기 위한 고육책이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향후 조세개혁, 예산 등 법안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도움이 절실할텐데 여권은 왜 이렇게 야당의 입지을 축소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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