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의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ㆍ시공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등 4대강 사업 추진세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지난달 통합진보당의 고발에 이어 국민소송까지 추진되고 있어,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중인 검찰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27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에 따르면 이들은 대운하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다음달 초 형사 고발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국민 서명을 받아 일반 국민도 고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속이고 국가예산을 불법 지출한 데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돼 계획보다 보 크기나 준설 규모가 확대돼 4조원의 예산이 더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직접 참여해 8조원대 채무가 발생한 것과 관련, 당시 이사회에서 4대강 참여 의사결정을 내린 수자원공사 이사들도 배임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은 대운하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심명필 당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과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201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심 전 본부장은 "아직도 운하에 대한 의혹을 가진다는 것은 사실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라고 말했고 정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은)분명히 운하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고요"라고 발언했었다. 4대강조사위원회 소속 김영희 변호사는 "통진당 고발은 감사원 감사가 나온 직후 이뤄져 법리 적용이나 피고발인 범위 검토가 덜 된 부분이 있다"며 "(검증단은) 한 달 이상의 검토를 거친 데다 정치적 오해도 피할 수 있어 검찰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단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민간 피해사례를 모아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국민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보 설치로 지하수 수위가 올라가 발생한 농지 침수, 지난해 금강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 사업 구간 곳곳에서의 조류 발생 등 광범위한 피해에 대한 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에 대한 처벌과 손해배상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법리적 해석이 엇갈린다. 이상돈 전 중앙대 법대 교수는 "수자원공사 이사들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공사에 끼친 손해가 명백하므로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국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대통령의 정책결정에 대해 배임죄를 묻는 것은 무리"라며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공식적인 법 절차를 거친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영기 변호사는 "선출된 정무직 공무원의 잘못된 정책 결정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한 판례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도 국가공무원법 적용을 받는 공무원으로'국가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임무에 위배돼 손해를 끼쳤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공식 인정된 경우는 2011년 4대강 공사 과정에서 낙동강 송수관로가 유실돼 경북 구미지역 주민 17만명이 단수피해를 입은 데 대해 주민 1명당 2만원씩 수자원공사가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유일하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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