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출석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했다. 불출석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2008년 1월 국민참여재판 제도 시행 이후 처음이다. 출석률이 계속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인데, 당사자들은 지나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7부(재판장 노갑식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6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배심원 후보자 20명에게 과태료 30만~100만원을 부과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 재판에 배심원 후보자로 선정됐다는 통지를 받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불출석 사유서를 냈으나 사유가 빈약한 10명에 대해 30만~50만원을, 아예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10명에게는 100만원을 부과했다.
배심원은 다양한 연령, 학력, 성별 등을 고려한 100여명의 후보자가 출석한 가운데 5~9명을 선정한다. 재판부는 "갈수록 관심이나 시간이 있는 사람들만 참여해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데다, 후보 부족으로 배심원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어 부득이하게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과태료를 통지받은 이들은 대부분 이의신청을 했으며, 지난 12일 관련 심문을 마친 재판부는 조만간 결론을 낼 예정이다.
배심원 후보는 관할 지역 20세 이상 거주자 가운데서 무작위로 추첨하며 통지서는 등기우편으로 전달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법원은 이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한 점을 감안해 수당과 별도 기념품을 제공하는 등의 홍보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매년 출석률이 떨어지자, 법원 안팎에서 "한계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도입 첫해 30.39%였던 배심원 후보자의 출석률은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 지난해 26%로 떨어졌다. 통지서를 받지 못했거나(25.3%), 결격사유가 있어 통지가 취소(18.9%)된 경우를 제외한 실질출석률도 같은 기간 58.4%에서 44.8%로 줄었다. 하지만 송달불능 및 통지취소가 나와도 법원이 중간에 새 후보자를 끼워 넣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국민참여재판에서 후보자의 정상적인 배심원 선정이 불가능한 상태다.
대법원 관계자는 "출석률이 저조하면 배심원의 대표성이 충족될 수 없고 배심재판의 정당성 자체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으면 법을 지키고 귀한 시간을 내 출석한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계속 홍보에 주력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원 안팎에선 불출석자에게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아 과태료 부과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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