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플'사는 자신들에게 불필요한 특허를 제3자를 통해 매수한 뒤 '사성' 등 경쟁업체의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습니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모의공정거래위원회 경연대회에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을 연상시키는 모의심판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쟁점은 사성이 태블릿PC에 적용한 근거리 모바일네트워크(NFC) 기술이 한 특허전문회사(NPE)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 태블릿 시장의 패권을 놓고 선두주자 야플과의 힘겨운 혈투를 벌이던 사성은 이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모의공정위 심판이 진행되면서 반전이 벌어졌다. 특허전문회사의 젊은 엔지니어가 "야플이 숨겨놓은 자회사인 NPE를 통해 자신들에게는 필요하지도 않은 기술을 매입한 뒤 소송을 제기했다"고 내부고발을 하면서 사성이 특허전문회사와 벌이던 대리전은 야플과의 전면전으로 바뀌었다.
사성 측은 "야플이 특허침해 가처분 신청을 통해 사성의 새로운 태브릿PC의 출시를 지연시키려는 꼼수를 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야플 측은 특허전문회사와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며 "불공정 거래행위는 없었다"고 맞섰다.
이날 모의공정위 심판이 눈길을 끈 데는 대학생들이 가정한 상황이 우리나라 IT업계의 현안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은 자신들이 지분 58% 보유하고 있는 특허전문회사 록스타비드코를 통해 다수의 특허 기술을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특허 성격과 위반 여부에 따라 록스타비드코를 통한 특허 소송 대리전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모의재판의 결과는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대학생 심판관들은 "야플이 불공정 행위를 한 건 맞지만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는 않았다"며 야플의 손을 들어준 것. 현행법상 애플의 행위가 시장 질서를 상당히 왜곡해야 해야 위법 행위가 되는데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모의공정위 경연대회에는 서울대 경제학부팀ㆍ부산대 로스쿨팀 등 11개 대학팀이 참가했으며 최종우승팀은 경연이 모두 끝나는 28일 결정된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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