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에 대해 '선(先) 양자회담, 후(後) 다자회담'을 역제안하면서 회담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한 절충안"이라며 박 대통령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제안 하루 만에 수정제안을 내놓은 이유는 민주당이 '민생 논의'를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청와대의 '민생 대 정쟁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주의 없는 민생은 공허하다"는 입장도 포기할 수 없었던 민주당은 양자회담에서 국정원 개혁을 논의한 후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논의하자는 나름의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시급한 현안인 민주주의부터 풀고 민생도 얘기하자는 것으로 5자회담을 수용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회담 형식을 두고 서로 핑퐁을 치는 양상인데 형식에서 양측의 이해가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양자회담을 고집하는 이유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NLL(서해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논란을 둘러싼 정쟁 해소를 위해선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담판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의 사과나 입장 표명이 이뤄진다면 민주당은 원내 회군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 이슈만 부각되는 양자회담이 달가울 리 없다. 전날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회담 의제에서 국정원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다. 민생 입법을 진두지휘하는 여야 원내대표까지 참여하는 5자회담이라면 '민생'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는 다자회담 중에서도 5자회담을 고집하고 있다.
한때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검토했던 3자회담의 경우 여야 대표가 각 당의 원내대표로부터 민생 입법에 대한 권한을 위임 받는다면 국정원 개혁 및 민생 이슈를 함께 논의하자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민주당의 '양자 이후 다자회담'은 일견 새로운 절충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9월 4일 해외순방을 앞둔 박 대통령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청와대가 선뜻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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