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28~31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리는 '돈키호테'는 '유형종과 함께 만나는 전막 발레'라는 홍보 문구를 전면에 내걸었다. 중간 중간 해설을 곁들이는 이 공연의 해설을 맡은 유형종(52)씨는 클래식 음악ㆍ무용 칼럼니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매주 24시간의 관련 강의를 진행하는 인기 강연가이기도 하다. "관객이 극히 한정된 발레의 저변 확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 해설자로 큰 무대에 다 서게 됐네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돈키호테가 아니다. 그가 모험 중 지나치다 접하는 부유한 농부 카마초의 결혼 이야기가 중심이다. 가난한 바질리오와 사랑하는 사이인 키트리(원작소설에서는 키테리아)가 아버지의 반대로 카마초와 결혼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모의한 바질리오의 거짓 자살 소동 끝에 키트리는 바질리오와 맺어진다.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를, 루드비히 밍쿠스가 음악을 붙인 이래 조지 발란신, 루돌프 누레예프 등이 자신만의 버전을 내놓았다.
국립발레단은 그동안 프티파 버전(알렉산드르 고르스키 재안무)으로 '돈키호테'를 공연했는데, 이번에는 유씨가 원작 소설을 참고해 대본을 쓰고 문병남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이 재안무를 맡아 국립발레단 버전을 선보인다. 김지영-이동훈, 박슬기-김윤식, 이은원-김기완, 김리회-정영재가 키테리아(키트리)와 바질리오(바질) 커플로 등장한다.
"발레 '돈키호테'를 오래 전부터 봐 왔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키트리와 바질리오의 이야기가 원작 소설에 실제 등장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유씨는 "발레와 원작의 차이를 꼼꼼히 살피면서 발레에 많은 상상력이 가미됐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돈키호테 이야기인 1편보다 10년 늦게 출간된 2편이 국내에 소개된 게 얼마 되지 않았어요. 발레 '돈키호테'에는 '키트리의 결혼'이라는 부제가 붙지만 바탕이 된 소설 챕터의 제목은 '카마초의 결혼'이죠. 원작의 키테리아와 바질리오라는 이름도 러시아 안무가의 손길을 거치면서 키트리와 바질로 바뀌었어요. 주책없는 노총각 정도로 알고 있던 바질리오의 캐릭터도 스물 두 살의 돈이 많은 농부로 설명돼 있더군요."
키트리의 32회전 푸에테 등 이 공연의 특징인 현란한 기교는 변함이 없지만 그가 쓴 대본에 따라 마지막 장면에는 변화가 있다. 키트리와 바질리오의 결혼식이 끝나면 이전 공연과 달리 돈키호테가 산초와 함께 다시 한 번 등장한다. 둘시네아를 찾아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삽입함으로써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원작 소설의 대의를 상기시킨 셈이다.
유씨는 오랜 기간 금융권에 종사하다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을 열고 칼럼니스트로 전직했다. "피겨 스케이팅, 리듬체조 등과 달리 인체의 한계와 가능성을 보여 주는 활동 중 유일하게 예술로 남아 있는 게 발레죠. 클래식의 위기를 말하는 시대지만 발레의 미래는 여전히 밝은 듯합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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