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에게도 봉사 활동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취업 때 봉사 부분을 반영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봉사 시간이 1,000시간을 훌쩍 넘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취업을 위한 스펙 관리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31일 연세대 후기 졸업식에서 '봉사활동 1,000시간 인증메달'을 받는 박태규(26ㆍ교육학과 4년)씨는 여느 대학생과는 다른 대학 생활을 살아왔다. 해외 봉사와 방과 후 공부방 지도 등 봉사를 일상화했다. 입학 후 졸업때까지 7년여 동안 봉사활동에 투입한 시간은 무려 1,477시간. 매일 하루 2시간씩 730일 이상 봉사를 실천한 셈이다.
대학입학 후 그의 봉사활동은 2006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공부방에서 초ㆍ중ㆍ고생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강원 화천에서 의무소방대원으로 복무하면서도 지역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이런 식의 학습지도 봉사활동만 1,040시간에 달한다. '학습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의 봉사는 국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1월부터 두 달 동안 스리랑카 현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육 봉사만 90시간이 넘는다. 당시 그를 "만다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던 아이들은 요즘에도 영상통화를 걸어와 안부를 묻는다. 그 해 7월부터 10월까진 304시간 동안 한국에서 네팔 청각장애학교 기초위생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박씨가 졸업식에서 인증메달을 받는 건 학교 측이 그의 봉사활동 시간을 공인했다는 얘기다. 2009년 학생들의 봉사실적을 전산으로 확인ㆍ기록하는 제도를 도입한 연세대는 재학기간 1,0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한 학생에게 메달을 주고 있다. 이번 졸업생 중 봉사활동 1,000시간을 넘긴 이는 박씨가 유일하다.
박씨는 2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됐을 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죄송하다"며 겸연쩍어 했다. 그는 "사흘 전쯤 학교에서 알려주기 전까진 시간이 그렇게 많이 쌓였는지 전혀 몰랐다"며 "특별한 동기 없이 그저 제가 가진 걸 나눠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봉사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릴 적 경험했던 나눔의 가치 영향이 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주변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농산물을 나눠주고 학용품도 지원해주셨어요. 지역사회가 주는 장학금도 받았지요. 대학 입학 후 공부방 교사 모집 공고를 봤을 때 망설임 없이 지원했던 이유입니다."
'봉사왕'에게 봉사란 무엇일까. "처음엔 단순히 남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상대를 통해 서로가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다음달부터 EBS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박씨는 "학생 때보다 직접적으로 봉사할 기회는 줄겠지만 제3세계 아이들을 후원하는 일은 꾸준히 할 계획"이라며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봉사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만드는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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