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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법정에선 '작가,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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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법정에선 '작가, 표현의 자유'

입력
2013.08.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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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이나 이육사님의 '청포도'에서 님은 빼앗긴 조국일 수도, 연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문학을 배울 때 문장에 다의성을 담는 것처럼, '그가 진보적인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약자의 신음에 더 잘 귀 기울일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라는 문장에서 '그'란 야당 대선 후보 일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증언대에 앉은 시인 문동만(45)씨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피고인석에는 문 시인의 친구인 소설가 손홍규(39)씨가 앉아 있었다. 손씨는 지난해 12월 대선 5일 전 문인 137명이 '우리는 정권교체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일간지에 광고로 게재한 것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93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에 대한 찬반 광고 등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씨는 당시 광고대금을 해당 언론사에 입금했다는 이유로 137명 중 유일하게 기소돼 이날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손씨는 "선거를 앞두고 젊은 작가들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다음 쟁점은 이 광고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에 대한 찬반'을 담은 것이냐 여부였다. 이에 대해 문인들은 "원하는 대통령 상을 제시했을 뿐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이 아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문씨는 "'정권교대가 아닌 정권교체'라는 문구는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검사 등의 질문에 "137명 모두 광고 문구에만 합의했을 뿐 각자 생각이 다르다"며 "(시국선언에 담긴) 제주해군기지, 비정규직 문제 등은 참여정부 등 이전 정부에도 해당 되기에 반드시 야당 후보만 지칭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없었다 하더라도 (시국선언 내용을) 일반인의 사회적 통념에 기초해 판단해야 한다"며 배심원들에게 유죄 평결을 내려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어 "여론조사 공포조차 금지된 시기에 광고를 게재하고 관련 인터뷰까지 적극 나서 이슈화했던 손씨는 작가라 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은 10여명의 문인들이 참관했다. 소설가 유채림(51)씨는 "작가의 양심상 이정도 표현 수위라면 한국사회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법정에서 논한다는 것 자체가 떨떠름하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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