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고교 최고 유망주들이 NC, KT 유니폼을 입었다. 오른손 배재환(서울고ㆍNC), 왼손 심재민(개성고ㆍKT)이 그 주인공이다. 9구단 NC와 막내 KT는 "에이스로 성장할 재목이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좋은 투수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재민이 먼저 선택됐다. 우선 지명권을 가진 KT는 지난 6월 '역사적인 1호 선수' 타이틀을 심재민에 안겼다. 배재환은 26일 열린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호명됐다. 고심을 거듭한 NC는 186㎝ㆍ95㎏의 신체조건과 강한 직구를 보유한 오른손 투수에 구단 유니폼을 안겼다.
박동수 NC 스카우트 팀장은 27일 "고교 무대에서 왼손은 심재민, 오른손은 배재환이 최고였다. 이는 10개 구단 스카우트의 공통된 평가"라며 "사실 KT가 우선 지명을 통해 심재민, 배재환을 모두 영입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이 넘어왔고 잠재력이 풍부한 배재환을 지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부상 이력이다. 고교 2학년까지 전국 무대를 휩쓸던 두 명의 특급 유망주는 3학년 진학과 동시에 부상을 당했다. 심재민은 직구 최고 시속이 10㎞ 가량 줄었고 배재환은 올 4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더군다나 심재민은 앞으로 토미존서저리(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야 하고, 배재환은 이미 팔꿈치에 핀을 심는 수술을 받았다. 제대로 자기 공을 뿌리기까지는 최소 1년이 걸린다.
그러나 NC와 KT는 이들의 성장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조찬관 KT 스카우트 팀장은 "부상을 당하기 전 심재민은 류현진(LA 다저스) 양현종(KIA)과 비슷하다. 직구 최고 시속은 오히려 1~2㎞ 더 빠르게(최소 시속 148㎞) 나왔다"고 했다. 박동수 팀장 역시 "배재환은 장차 이민호, 노성호, 윤형배 등과 함께 NC 마운드를 이끌어 갈 핵심 자원이 될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좋아진 의학과 재활 기술이 한 몫 한다. 예전에는 수술 후유증에 대한 걱정이 커 섣불리 팔꿈치에 칼을 대지 못했지만, 이제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었다. 임창용(시카고 컵스) 오승환(삼성) 등 수술 이후 오히려 더 빠르고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많아졌다.
신생팀만이 가지는 시간적 여유도 폭넓은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NC와 마찬가지로 KT도 내년 시즌 2군에서 뛴 뒤 2015시즌부터 1군 무대에 진입한다. 심재민의 팔꿈치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줄 시간이 충분하다. NC도 당장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삼지 않기 때문에 즉시 전력감 보다는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들에게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그만큼 쓸만한 선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꽤 설득력을 갖는다. '아픈' 유망주들을 제칠만한 특급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아픈' 류현진(LA 다저스) 보다 먼저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있었다. 현재 드러난 결과물을 떠나 수술 이력이 있는 류현진을 과감히 포기할 만큼 매력적인 또 다른 선수가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현장 평가다. 실력이 엇비슷해 모험을 걸 수가 없다. 최소 2~3년 2군 생활을 해야 1군 무대에 뛸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진 상황에서 심재민, 배재환을 제칠 자원은 없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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