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불법 유출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지폐 '호조태환권'의 인쇄 원판이 국내 환수된다.
문화재청(청장 변영섭)과 대검찰청(총장 채동욱)은 다음달 3일 오후 3시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성 김 주한미국대사로부터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을 전달 받기로 했다.
호조태환권은 1893년 대한제국 당시 고종이 화폐 제도를 재정비하면서 구화폐를 회수하기 위해 발행한 일종의 교환표다. 실제로 유통된 적은 없으나 근대적인 인쇄술로 찍은 최초의 지폐 원판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번 환수는 국제 사법 공조로 문화재를 환수한 첫 번째 사례다. 덕수궁에 있던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은 한국전쟁 때인 1951년 미군 A씨가 몰래 가져가면서 종적을 감췄다. 그러다가 2010년 A씨의 유족이 미국 내 경매에 내놓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이 소식을 입수한 주미 한국대사관은 경매회사에 경매 중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한국 대검찰청과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국이 공동으로 수사를 시작, 이 유물을 사들인 재미동포 수집가 윤 모씨가 올해 1월 미국 연방장물거래금지법 위반으로 체포되면서 환수가 급물살을 탔다. 미 당국은 압수한 인쇄 원판을 한국에 돌려주겠다고 했고 이에 따라 환수가 성사됐다.
박은재 대검 국제·미래기획단장은 "호조태환권 외에도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에 있는 '문정왕후 어보'에 대해서도 미 당국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불법 유출된 문화재가 발견되는 대로 적극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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