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이 갑작스런 사퇴 배경으로 외압을 거론하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양 원장은 26일 감사원에서 이임식을 갖고 사퇴에 대해 "개인적 결단"이라며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1년 7개월 남겨둔 채 지난 23일 사의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치권의 압력이 상당했다는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양 원장은 또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내부를 겨냥해 4대강 감사와 감사위원 임명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처럼 ▦4대강 '정치감사'논란에 따른 정치권의 압박 ▦감사위원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 ▦감사원 내부의 불협화음 등 세간에 불거진 각종 의혹을 이임사를 통해 모두 거론했지만 정치적 외풍의 실체나 감사원의 중립성이 훼손된 구체적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사퇴 이유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양 원장이 이임식 직전 간부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최근의 이런저런 일'때문이라고 했고 최근 감사원에 있었던 일을 돌아보면 이슈는 감사위원 임명 제청 건밖에 없었다"며 "임명 제청에 있어서 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공석인 감사위원으로 거론된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의 장훈 중앙대 교수는 "생각이 없다"며 고사했다고 김 사무총장이 전했다. 또 4대강 정치감사 논란에 따른 부담설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양 원장이 4대강 감사 이후 '내가 욕 먹겠구나'라고 걱정을 많이 했고 '오해 받아 안타깝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또 이임사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감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고 재임 중 활동을 자평했다.
청와대는 양 원장의 처신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새 정부에서는 양 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임했는데 자신의 결단으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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